나이지리아서 택배 이용 400억원 상당 코카인 압수
라이베리아선 4천억원 규모 유럽행 코카인 적발…전 부통령 마약밀매 혐의로 기소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서아프리카에서 최근 수백㎏에서 수십t에 이르는 코카인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이 지역이 남미와 유럽을 잇는 국제 마약 밀매의 주요 통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국가마약법집행청(NDLEA)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NDLEA는 지난 3일 최대 도시 라고스의 한 택배 업체를 통해 해외로 반출될 예정인 코카인 184.5㎏을 적발, 압수했다.
판매가 390억 나이라(약 400억원) 규모에 해당하는 이 코카인은 일반 화물로 위장돼 영국과 유럽, 아시아로 보내질 예정이었다.
NDLEA는 이번 사건이 "나이지리아에서 택배업체를 통해 적발된 코카인 압수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한 NDLEA는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아폴라비 카짐 마이클(49)을 출국하려던 공항에서 체포했다고 18일 밝혔다.
마이클은 'KC 럭셔리'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약 70만명을 보유한 인물로, 금과 명품을 취급하는 사업가이자 인플루언서로 활동해왔다.
나이지리아와 영국 경찰은 공조 수사를 통해 영국에 거주하는 남녀 2명도 이달 초 체포했다. 이들은 지난 5일 영국에서 압수된 180㎏의 코카인과 관련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나이지리아에서 발견된 184.5㎏ 코카인 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런던 경찰청은 밝혔다.
최근 대규모 마약 적발 사례는 나이지리아에 그치지 않는다.
라이베리아에서는 지난달 21일 수도 몬로비아 인근 두아존에서 코카인 3천971㎏이 압수됐다.
추정 시가가 3억1천700만달러(약 4천억원)에 달하는 이 코카인은 유럽으로 향할 예정이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현지 경찰을 인용해 전했다.
라이베리아에서는 6월에도 시에라리온에서 출발해 영국으로 향하던 코카인 237.6㎏이 공항에서 적발됐다.
라이베리아 법무부는 전날 초국가적 마약 네트워크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주얼 하워드 테일러 전 부통령을 마약 밀매와 자금세탁, 규제 약물의 수입·판매·유통·운송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의 혐의는 지난달 압수된 코카인 3천971㎏과는 관련이 없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테일러 전 부통령은 전쟁범죄 등 혐의로 국제 법정에서 징역 50년형을 선고받고 영국에서 복역 중인 찰스 테일러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의 전 부인으로 2018~2024년 부통령을 지냈다.

이 외에도 세네갈에서는 지난 6월 이웃 국가에서 온 트럭에 실린 코카인 970㎏이 적발됐고, 지난 5월 스페인이 북대서양 공해상에서 35∼40t 분량 코카인을 압수했던 코모로 제도 선적 선박은 시에라리온 프리타운에서 출항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 비정부기구(NGO) '초국가 조직범죄에 맞서는 글로벌 이니셔티브'(GI-TOC)는 최근 사건들과 관련해 서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대규모 해상 운송망이 상당히 조직화해 있다며 유럽에서 소비되는 코카인의 최소 30%가 서아프리카를 거치는 것으로 추정했다.
GI-TOC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는 2019년 이후 서아프리카 코카인 시장이 급격히 확대됐다며, 남미의 생산량 증가와 유럽의 수요 확대, 남미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직항 밀매 경로에 대한 단속 강화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도 서아프리카가 남미와 유럽 사이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남미산 코카인이 유럽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최근 대규모 코카인 압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에는 대형 화물선뿐 아니라 어선과 소형 선박, 합법 화물에 마약을 숨기는 방식 등 운송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아프리카가 코카인의 '경유지'를 넘어 저장과 환적, 재분배가 이뤄지는 물류 거점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서아프리카를 거점으로 한 마약 밀매 확대는 현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카인 일부가 유럽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현지에서 소비되거나 중간 운반책 등에 대한 대가로 사용되면서 역내 마약 시장과 조직범죄, 부패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ao@yna.co.kr
(끝)
ADVERTISEMENT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