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현 고려대 아시아·아프리카개발협력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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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 지구상 가장 젊은 대륙, 추격을 넘어 선도로
케냐 나이로비의 킬리마니(Kilimani) 테크 지구에서 나이지리아 라고스, 남아공 케이프타운, 이집트 카이로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의 젊은 창업가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실험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거창한 미래산업에만 있지 않다. 반복되는 정전, 높은 송금 수수료, 농산물 유통의 비효율, 금융 소외, 청년 일자리 부족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현실의 문제다.
아프리카가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륙으로, 인구의 약 60%가 25세 미만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젊은 인구의 규모 자체가 아니다. 이들이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새로운 시장과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만들어내는 기업가와 혁신가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의 젊은 창업가들에게 '결핍'은 반드시 약점이 아니다. 오히려 혁신의 출발점이다. 은행 지점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바일 금융이 확산됐고, 안정적인 전력망이 부족하기 때문에 태양광·배터리·미니그리드와 같은 분산형 에너지 모델이 성장했다. 전통적인 유통망이 취약하기 때문에 디지털 플랫폼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했다. 기존의 발전 단계를 하나씩 밟아가는 대신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최신 기술로 이동하는 이른바 '도약'(Leapfrogging)이 아프리카에서 현실의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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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의 결핍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다
① 기후테크와 재생에너지 - 전력망의 한계를 넘어
아프리카의 젊은 창업가들이 가장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기후테크와 재생에너지다. 2025년 아프리카 테크기업의 클린테크 투자액은 약 11.8억 달러(약 1조6천658억원)로 전년 대비 99% 증가했다. 핀테크가 여전히 최대 투자 분야이지만, 기후·에너지 분야가 빠르게 추격하면서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의 구조적 현실과 맞닿아 있다.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을 확충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저장장치, 미니그리드, 모바일 결제를 결합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교통 분야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케냐와 우간다 등 동아프리카에서는 전기 이륜차와 배터리 교환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현지의 주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 택시(Boda-Boda)의 연료비를 낮추면서 탄소배출까지 줄이는 방식이다. 아프리카에서 기후테크는 단순히 환경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에너지 비용과 생활비를 낮추면서 환경 문제까지 해결하는 경제적 해법이라는 점에서 시장성이 크다.

② 애그리테크 - 농업을 데이터 산업으로
농업 역시 젊은 창업가들이 주목하는 분야다. 농업은 아프리카 경제와 고용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기후 변화와 물류 부족, 금융 접근성 부족, 수확 후 손실 등으로 생산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 애그리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데이터로 해결하고 있다. 위성영상과 인공지능으로 작황을 분석하고, 기상 데이터를 활용해 파종과 수확 시기를 알려준다.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저장시설의 온도와 습도를 관리하고, 모바일 플랫폼으로 농민과 구매자를 직접 연결한다.
특히 농업과 금융의 결합이 중요하다. 농민의 생산·판매 데이터를 축적하면 금융기관이 이를 새로운 신용정보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담보가 없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웠던 소규모 농가도 데이터 기반 금융에 접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애그리테크의 핵심은 농업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생산·금융·물류·판매를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하는 것이다.
③ 핀테크 - 금융의 문턱을 없애다
아프리카의 핀테크는 이미 세계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모바일머니를 통한 송금과 결제는 시작에 불과하다. 최근의 젊은 핀테크 기업들은 모바일 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소상공인의 신용도를 평가하고, 농민에게 보험을 제공하며, 금융기관의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비공식 경제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국경 간 결제는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CFTA)의 발전과 함께 중요한 시장이 될 전망이다. 54개 국가와 다양한 통화, 서로 다른 금융규제를 가진 아프리카에서 국경 간 거래의 높은 비용은 대륙 내 교역 확대의 장애물이었다. 따라서 국가별 금융시스템을 연결하고 환전과 송금 비용을 낮추는 핀테크 기업들은 향후 아프리카 단일시장의 디지털 혈관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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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AI와 디지털 서비스 - 인재의 대륙에서 지식 수출국으로
아프리카의 청년 혁신은 에너지와 금융, 농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케냐·나이지리아·남아공·이집트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처리위탁(BPO), 데이터 처리, 디지털 콘텐츠 등 지식서비스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저렴한 인건비가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젊고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며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인재의 규모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AI의 확산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 현지 언어와 문화, 의료·농업·금융 데이터를 이해하는 아프리카의 개발자들이 글로벌 기업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새로운 AI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가 단순한 디지털 소비시장을 넘어 글로벌 지식서비스와 AI 애플리케이션의 새로운 생산기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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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소비자'에서 '젊은 혁신가'로
아프리카 청년 창업가들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첫 번째 특징은 극단적인 현지화다. 아프리카는 54개 국가와 수천 개의 언어·문화권, 서로 다른 법률과 통화, 거대한 비공식 경제가 공존하는 복잡한 시장이다. 글로벌 기업이 하나의 제품과 사업모델로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면 현지 창업가들은 소비자의 행동과 지역별 거래 관행, 현지 언어를 깊이 이해한다. 글로벌 기술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현실에 맞게 변형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사회적 가치와 수익성을 결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아프리카의 젊은 기업가들에게 사회문제와 시장은 반드시 대립하지 않는다. 전력 부족을 해결하면 에너지 시장이 열리고, 농민의 소득을 높이면 농산물 유통시장이 성장한다. 금융 소외를 해결하면 새로운 금융 소비자가 만들어진다. 이에 따라 이들은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모델뿐 아니라 기업, 정부, 농업협동조합 등과 협력하는 B2B·B2G·B2B2C 모델을 적극 활용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곧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이 되는 것이다.

◇ 스타트업 생태계도 성숙 단계로
아프리카 스타트업 시장의 변화에서 주목할 것은 투자금의 규모만이 아니다. 자본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사모자본협회(AVCA)에 따르면 2025년 아프리카 벤처시장은 약 39억달러(약 5조5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아프리카 스타트업 시장이 단순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지분투자를 하는 시장'에서 벗어나 매출과 현금흐름을 갖춘 기업에 다양한 형태의 성장자금을 공급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투자자의 관심이 핀테크에 집중되는 구조에서 클린테크, 에너지, 물류, 농업 등 실물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러나 투자금은 여전히 나이지리아·케냐·남아공·이집트 등 일부 시장에 집중돼 있다. 앞으로의 핵심 과제는 기존 허브의 성장을 넘어 가나, 세네갈, 모로코, 르완다, 코트디부아르 등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얼마나 확산하는가에 있다. AfCFTA가 실질적인 단일시장으로 발전하고 디지털 인프라와 금융시장이 연결된다면, 아프리카는 일부 국가에 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시장에서 대륙 전체가 하나의 혁신 생태계로 연결되는 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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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넘어야 할 장벽도 있다
아프리카 청년 창업가들의 성장에는 여전히 세 가지 구조적 장벽이 존재한다. 첫째는 초기 자금 부족이다. 성장 가능성이 검증된 스타트업에는 투자금이 몰리지만, 아직 매출이 충분하지 않은 초기 기업은 시드 단계의 자금(종잣돈)을 확보하기 어렵다.
둘째는 규제와 통화의 파편화다. 한 국가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이 다른 국가로 진출하려면 새로운 금융규제와 데이터 규정, 세제, 사업허가 체계를 다시 충족해야 한다. 통화가치 변동 역시 외화투자를 받은 기업의 재무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셋째는 인프라와 인재 문제다. 고속통신망과 데이터센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디지털 경제의 필수 조건이지만 국가별 격차가 크다. 우수한 개발자와 엔지니어들이 북미와 유럽 등으로 이동하는 두뇌 유출도 장기적인 과제다.
따라서 아프리카의 청년 창업을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교육·인프라·금융·규제·시장통합을 함께 발전시키는 혁신 생태계 전체의 개선이 필요하다.
◇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아프리카 청년 창업가들의 부상은 한국 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 기업은 오랫동안 아프리카를 천연자원 확보, 인프라 건설, 소비재 수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현지 청년 기업가들과 협력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배터리·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농업, 디지털 금융, 통신, 제조업 자동화, 콘텐츠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제품 수출이 아니다. 한국의 기술력과 아프리카 청년 기업가들의 현지화 역량을 결합해 공동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기술과 자본, 제조 역량을 제공하고 현지 스타트업이 시장정보와 유통망, 고객 접근성을 제공한다면 양측의 강점을 결합할 수 있다. 이는 한국 기업에는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새로운 통로가 되고, 아프리카에는 기술·자본·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서상현 박사
현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시아·아프리카개발협력센터 연구위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현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역임,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아공대학(UNISA) 정치학 박사, '아프리카 이해', '아프리카 경제'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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