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코스피 22% 급락…전 세계 주가 지수 중 가장 큰 하락률
IMF·금융위기때보다 더 큰 폭락…서킷 브레이커 4회·사이드카 15회
8월에도 전쟁·금리·잭슨홀 미팅·엔비디아 실적 등 '변수' 여전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7월 코스피는 악몽 그 자체였다.
단 한 달 만에 지수가 종가 기준 22% 넘게 급락했고 시장 안전 장치는 하루가 멀다고 발동했다.
국내 증시가 8월에는 반도체 피크 아웃 우려 등 그간 시장을 짓눌렀던 악재를 털어내고 반등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7월 한 달 코스피는 22.19% 급락했다.
전 세계 주요 주가 지수 중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상반기 101.14% 급등하며 전 세계 상승률 1위를 기록했지만 한 달 만에 속절없이 고꾸라진 것이다.
마지막 거래일인 31일을 제외하고 7월 1∼30일의 하락률은 34.01%에 달했다.
외환 위기였던 1997년 10월(-27.25%)과 금융 위기였던 2008년 10월(-23.13%)보다 더 큰 변동성을 보인 것이다.
그 사이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1천484조원 줄었다.
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는 네 차례 발동됐다.
역대 15번 발동됐는데 그 중 약 4분의 1가량이 지난달 한 달 내 발동된 것이다.
특히 지난 28일과 29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모두에서 연이틀 서킷 브레이커가 연달아 발동됐다.
사이드카도 정신없이 울렸다.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모두 15회 발동됐으며, 이 중 매수와 매도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각각 6회, 9회였다.
올해 들어 사이드카가 44번 발동됐는데 7월 한 달에만 34.09% 몰린 것이다.
가히 한국 증시 역사상 기록될 만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국내는 물론 미국 등 주요국 증시를 주도했던 AI와 반도체 종목에 대한 피크 아웃 의구심이 확대한 탓이다.
메타발 반도체 수요 위축 우려에 메모리 수출 단가 상승 폭 축소, 장기 공급 계약(LTA) 논란으로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엔비디아발 '순환 거래' 우려는 이 같은 의구심에 기름을 부었다.
오픈AI에 대한 지급 보증과 대규모 투자 소식에 AI 업계 수요와 밸류에이션이 인위적으로 부풀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CXMT)의 상장 흥행과 국영 기업의 액침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 제조 보도 등 중국의 'AI 굴기' 소식에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되면서 국제 유가가 오르고 이는 물가 상승 우려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증시를 둘러싼 매크로 환경도 비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5월 하순 출시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자금 쏠림 현상을 더 극대화해 변동성을 키웠다.
큰 변동성에 코스피 시장이 도박판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금융 당국이 부랴부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대책을 내놨지만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투자 심리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물론, 미국 빅테크가 2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호재를 호재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투심은 무너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한 달 동안 주가가 21.41% 내렸고, SK하이닉스는 35.17% 급락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코스피가 급락한 주된 요인으로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구심, 최근 다시 부각된 지정학적 리스크, 금리 상승에 대한 경계심"을 꼽았다.
특히 AI 기업의 긍정적 실적에도 "기술적인 변화, 역사적으로 경험해 보지 못한 업황 개선 속도와 위상 자체에 대한 불편함, 과거 IT 버블 등 붕괴 국면에서의 기시감 등이 신뢰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국 증시 고유 요인으로 반도체 비중이 극단적으로 높아진 쏠림과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수급 충격 등도 변동성에 일조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31일 반등의 조짐이 보였다.
이날 하루만 코스피는 17.91% 급등했다. 사상 최고 상승률이다.
그간 폭락 수준이었던 삼성전자(26.81%)와 SK하이닉스(29.95%)가 상한가에 근접할 정도로 폭등하면서 지수를 끌어 올렸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시작으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까지 빅테크가 AI 투자로 자본 지출(CAPEX)을 확대하며 시장의 우려를 일부 불식했다.
차입을 통해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던 헤지 펀드 '시츄에이셔널 어웨어니스'가 마진 콜(추가 증거금 요구)로 결국 포트폴리오를 정리한 것을 두고 시장이 최근 하락장의 단기 바닥 신호로 받아들인 점도 주가가 오른 배경으로 꼽힌다.
AI 반도체 주가가 회생하면서 증시에도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간 국내 증시에서 투매에 가까운 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거래소(KRX)에서 7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코스피의 극적 소생에 한동안 30조원대 안팎이었던 코스피 시장의 거래대금은 49조원 가까이 급등했다.
증권가는 지난달 코스피가 큰 폭으로 하락한 만큼 이달에는 지수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지난 6월 보였던 가파른 급등세 대신 계단처럼 저점을 확인하며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 미국과 이란 전쟁이 종식되지 않은 데다 꿈틀거리고 있는 미국 장기 금리, 잭슨홀 미팅,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의 남은 실적 발표 일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단 계속되는 전쟁으로 시장 금리가 반등해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74%를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3.50∼3.75%로 동결했지만, 이러한 결정이 오히려 '채권 자경단'을 자극해 미국 국채 투매를 유도해 시장 금리를 올렸다는 분석이 있다.
이에 오는 28∼29일 예정된 연준의 최대 연례 행사 잭슨홀 미팅에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내놓을 발언을 주목해야 한다고 증권가는 지적했다.
8월은 FOMC가 열리지 않는 만큼 이번 미팅이 7월 미국 고용과 물가 지표에 대한 연준의 해석 및 향후 금리 경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 이벤트로 평가받는다.
또한 최근 애플에 잠시 시총 1위를 내준 엔비디아의 실적도 관심사다.
증권가는 차세대 그래픽 처리장치(GPU) '배라 루빈'의 전력당 토큰 처리량 개선 언급 여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와 함께 샌디스크와 AMD 등 다른 반도체주의 실적도 이달 공개된다.
아울러 최근 1,430원대로 내려온 원/달러 환율의 흐름도 8월 증시 수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레벨은 분기별로 내년까지 계단식으로 높아진다는 점에서 결국 주가는 증가율보다 이익 레벨을 보고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8월 코스피 지수는 5,150선을 최악의 마지노선으로 두고 이후 잠복한 불확실성 경과를 확인하며 6,350선까지의 기간 조정 국면 내 계단식 저점 상승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코스피 경로로 5,700, 6,500∼6,600, 7,200 등 세 개를 제시했다.
그는 "5,700은 200일 선이 놓인 스트레스 기준 선이고, 6,500∼6,600은 적정 가치 밴드 재진입 선이며 7,200 안팎은 20일 선이 놓인 첫 저항"이라며 "월중 경로는 실적과 수급 이벤트에 따라 이 세 선 사이를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eng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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