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세계 선도 목표…정부, 4대 육성전략 발표
월드모델·데이터·풀스택 국산화로 제조AI 경쟁력 강화

(서울=연합뉴스) 권하영 기자 = 정부가 실제 물리 환경에서 인공지능(AI)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는 '피지컬AI' 분야에서 향후 3년을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국가 전략산업 육성에 나섰다.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초기 시장인 만큼 한국이 갖춘 제조 기반과 AI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세계 1강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서울 광화문 KT 웨스트빌딩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의 '피지컬AI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 데이터 절대 부족한 초기 시장…"지금이 골든타임"
최근 AI는 언어와 이미지를 이해하는 생성형 AI 단계를 넘어, 실제 환경을 이해하고 예측·추론을 통해 현실에서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피지컬AI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은 이미 주도권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엔비디아와 테슬라 등 미국 빅테크는 AI 반도체와 AI 모델, 하드웨어를 아우르는 피지컬AI 풀스택 플랫폼을 중심으로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거나 자사 맞춤형 수직계열화로 경쟁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역시 AI 모델과 반도체, 로봇 기업이 상호 협력·경쟁하며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핵심기술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경쟁 구도 속에서도 정부는 한국이 '피지컬AI 1강'으로 도약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경우 이미 축적된 텍스트·이미지 데이터를 대량의 그래픽처리장치(GPU)로 학습시키는 구조여서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어려웠던 반면, 데이터 자체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피지컬AI 영역은 절대 강자가 없는 지금이 골든타임이자 최적의 기회라는 진단이다.
특히 한국은 제조 기반 양질의 현장 데이터와 최적의 실증 현장, 국민의 높은 AI 수용성이 잠재력으로 꼽힌다.
이도규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방한한 이유도 결국 데이터 때문"이라며 "한국은 조선을 비롯해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제조 기반을 갖춘 몇 안 되는 나라로, 숨은 노다지와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렇다고 한국이 데이터가 많은 상황은 아니다"라며 "피지컬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를 뽑아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특히 강조하는 대목은 월드모델의 국산화다.
월드모델은 세상의 변화를 미리 예측·시뮬레이션해 AI의 학습과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로, 실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피지컬AI 분야에서는 이를 통해 대량의 합성 데이터를 생성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태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해외 월드모델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학습 과정에서 국내 현장의 데이터가 그대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원자력이나 반도체 등 안보·첨단산업 분야는 자체 월드모델을 갖추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해외 기업의 데이터 자산만 불려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송창종 과기정통부 디바이스AX혁신팀장은 "글로벌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가용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우선 개발하고, 그 중간 단계에서는 선도국의 기존 모델을 활용하되 이를 단계적으로 국산 모델로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4대 전략으로 2028년 풀스택 확보…법적기반 마련
정부는 '피지컬AI를 수출하는 글로벌 선도국가 도약'을 비전으로 내걸고 2028년까지 글로벌 최고 수준의 풀스택 기술을 확보해 제조·농업·국방·돌봄 등 전 영역으로 확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데이터 확보 체계 구축, 기술 개발, 서비스 확산, 생태계 조성 등 4대 전략을 추진한다.
데이터 분야에서는 정부 사업으로 생성되는 로봇 행동데이터 등 범용 데이터와 분야별 특화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범정부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구축한다.
기업이 필요한 범용 행동 데이터를 자유롭게 획득·학습·실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제조·모빌리티·농업 등 현장의 특화 데이터도 확보해 활용할 수 있는 범부처 협력 기반의 데이터 수집·활용 체계를 마련한다.
기술 분야에서는 피지컬AI 파운데이션 모델과 월드모델, 온디바이스[187870] 컴퓨팅 플랫폼 등 3대 공통 기반기술을 확보해 풀스택 체계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올해부터 LG전자[066570]와 마음AI[377480], KT, 카이스트, 서울대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월드모델을 중심으로 기반 기술 확보에 착수했다.
아울러 경남에서는 제조장비가 공정 상태를 예측해 스스로 최적 제어하는 자율 정밀제조 기술을, 전북에서는 공장 상황 변화에 맞춰 미래 상태를 예측하고 유연 생산하는 공장 운영 기술을 각각 확보해 실증하고 있다.

확산 분야에서는 부처별·분야별 피지컬AI 적용 수요를 발굴해 기술개발과 실증, 상용화까지 전 주기에 걸친 범부처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생태계 분야에서는 관련 지원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국민성장펀드와 과기정통부 정책펀드 등을 통한 투자를 지원한다. 실무 인재부터 박사급 고급 인재까지 전방위 양성체계도 갖춘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9일 출범한 '피지컬AI 얼라이언스' 2기를 통해 모델과 솔루션, 통신망, 데이터센터, 보안 등 피지컬AI 전 영역을 아우르는 풀스택 국산화와 수출 산업화도 추진한다.
피지컬AI 육성을 뒷받침할 법적 기반 마련도 과제로 남아 있다.
이도규 실장은 "법적 기반 마련은 산업계 수요와 국회 상황, 다른 부처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할 것"이라며 법 제정 이전이라도 규제 샌드박스나 안전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산업계가 당장 필요로 하는 부분을 우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민간의 창의적인 도전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시너지를 내어 대한민국이 피지컬 AI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로 수출하는 명실상부한 1강이 되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전했다.
kwonh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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