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보도…전쟁前 수준으로 가격 하락시 회복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완전히 개방되더라도 중국의 원유 수입량이 이란 전쟁 이전 수준으로 즉각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 속 원유 고갈에 시달리는 세계 대부분 국가와 달리 중국은 원유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중동 지역에서의 원유 수입량을 빠르게 다시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NYT는 중국 국유 에너지 기업들의 원유 재고는 휘발유와 경유, 기타 정제유 등이 아직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은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일일 원유 수입량을 3분의 1가량 줄였다.
가격 상승 부담에서 비롯된 이러한 조치는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전면 폐쇄로 세계 원유 시장에 가해진 압력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
중국이 이렇게 갑자기 원유 수입을 줄이고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전쟁 이전부터 원유를 필요 이상으로 사들여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원유 공급 차질 시 버틸 수 있도록 가격이 낮을 때마다 재고를 확보해뒀다.
또한 중국은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서 원유 수입을 늘려온 측면도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 정부들이 러시아의 해외 자산을 동결한 뒤 최근 몇 년 새 중국 정부는 초과 외화 수입이 발생하면 해외 은행 예금이나 미 국채가 아닌 원유 같은 원자재를 구매해왔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 간 합의가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 완화로 이어질 경우 중국의 소규모 독립 정유업체들이 이란산 원유를 사들일 유인도 약해질 수 있다.
이전까지 이들 업체는 국제 제재에도 비용적 우위로 이란산 원유를 사들였지만 제재가 풀리면 이 같은 이점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중국이 신속히 원유 구입량을 회복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영국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의 중국 석유 전문가인 필립 앤드루스-스피드는 "중국 석유 기업들은 계속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구매를 점진적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원자재 거래 정보 제공업체 케이플러의 쉬무위 선임 애널리스트도 "중국의 원유 수입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금방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페르시아만에 묶여 있던 중국행 유조선들이 순차적으로 중국 항구에 도착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원유 수입량이 급증한 것으로 보일 수는 있다. 이를 구조적인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NYT는 짚었다.
국내 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정제유 제품 수출을 중단했던 중국이 다시 수출을 허용하면서 원유 수입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나 이 또한 가능성이 작다고 NYT는 덧붙였다.
에너지 가격 상승 속 중국 내 휘발유, 경유, 항공유, 기타 정제유 제품에 대한 수요 자체가 약화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4∼5월 중국 내 휘발유 차량 판매는 급감했다.
한편, 최근 몇 년간 이란과 러시아의 대(對)중국 원유 판매는 각국 경제의 6% 이상 규모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전에 중국은 이란 원유 수출의 90% 이상인 하루 150만 배럴 이상을 사들이고 있었던 것으로 케이플러는 추산했다.
중국의 이러한 원유 구입은 이란의 레바논·이라크·시리아·예멘의 대리 무장세력에 대한 자금 지원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 조달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서방 정부는 주장해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란산 원유와 러시아산 원유 구입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유엔(UN)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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