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과정에서의 '절차적 결함'으로 파면 무효 처리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자신이 유죄 판결에 참여한 종신형 수감자를 만나 입맞춤을 나누고, 재판에 참석하지 않기 위해 허위 사유를 제출한 사실로 파면됐던 아르헨티나 판사가 2년 반 만에 법원 결정으로 직위를 되찾게 됐다.
아르헨티나 추붓주 고등사법재판소(STJ)는 4일(현지시간) 마리엘 수아레스 전 판사에 대한 2023년 파면 결정을 무효로 하고 즉각 복직을 명령했다고 현지 일간 라나시온, 클라린 등이 보도했다.
수아레스는 2021년 말 교도소에서 크리스티안 오마르 '마이' 부스토스를 두 차례 면회했다. 부스토스는 2005년 생후 9개월 된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2009년에는 경찰관 1명을 살해하고 다른 경찰관 1명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다.
특히 종신형 판결은 수아레스가 재판부 일원으로 참여한 사건이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당시 수아레스는 부스토스의 무기징역에 반대표를 던지 유일한 판사였고, 불과 판결 일주일 후 교도소에 수감된 그를 방문했다.
2022년 초 공개된 교도소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수아레스와 부스토스가 입맞춤하고 포옹하며 함께 사진을 찍고 마테차와 음식을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수아레스는 이틀 연속 교도소를 찾아 수감자와 수 시간 동안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사법평의회에 제출된 공식 고발과 이후 탄핵 재판에서 문제시된 것은 수감자와의 신체 접촉 자체는 아니었다.
탄핵재판소는 수아레스가 부스토스를 만나기 위해 트렐레우에 머물면서도 코모도로 리바다비아에서 예정된 재판에 참석하지 않기 위해 허위 사유를 제출한 점, 법원에 알리지 않은 채 관할 지역을 벗어난 점 등을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
결국 수아레스는 2023년 11월 열린 탄핵 재판에서 3대 2 결정으로 파면됐다.
그러나 STJ는 이날 당시 탄핵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탄핵 절차를 주도한 다니엘 바에스 당시 대법관이 사건 조사 단계부터 관여하며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등 이미 사건에 대한 판단을 드러낸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이후 같은 인물이 탄핵재판장을 맡고 파면을 결정하는 캐스팅보트까지 행사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TJ는 만장일치 판결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만큼 파면 결정은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이번 결정이 수아레스의 행위가 적절했다는 의미는 아니며, 해당 탄핵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만 인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수아레스는 즉시 판사직에 복귀하게 됐으며, 파면 기간 받지 못한 급여를 소급 지급받을 수 있는지는 별도 절차를 통해 판단될 전망이다.
sunniek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