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에 대한 '여론 역풍'에 중간선거 호재로 판단한 듯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피해자 기금'을 무효화하기 위한 연방의회 내 절차에 착수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1일(현지시간)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 비자금(slush fund)이 단돈 1센트도 지급되기 전에 없애기 위한 조직적 노력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이 기금을 심의하는 절차를 늦추는 방안과, 기금을 폐지하기 위한 입법 등 두 갈래로 추진하는 것이다.
슈머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상원에서 단순 과반만 확보하면 되는 예산조정절차를 이용해 해당 기금에 대한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경우 민주당이 무제한으로 수정안을 제출해 이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애덤 시프(캘리포니아), 마크 켈리(애리조나), 엘리사 슬롯킨(미시간) 등 민주당 상원의원 3명은 기금을 폐지하는 '비자금 배수(排水)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1·6 의사당 폭동 사태'의 피고인에게 세금이 지급되는 것을 금지하고,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제기한 소송에서 비롯된 합의금이나 지급금 지출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당은 이 기금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의 역풍이 거세다고 판단, 11월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기 위해 이번 사안을 정치적으로 쟁점화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공화당 상원 의원 10여 명은 중간선거 악영향을 우려해 백악관과 법무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기금 조성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도됐다.
또한 최근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의 비공개 회동에서도 기금을 둘러싸고 격렬한 공방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에선 기금 조성안을 일부 수정·변경해 민주당과 백악관 양쪽을 설득하는 절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슈머 원내대표는 서한에서 "가짜 안전장치나 밀실 약속은 없다"며 타협을 거부했다.
반(反)무기화 기금(anti-weaponization fund)으로 명명한 이 기금은 전임 정부가 사법기구를 무기화한 데 따른 피해를 배상하겠다는 명목 아래 17억7천600만달러(2조6천억원) 규모로 추진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납세 기록 유출에 책임을 지라며 국세청(IRS)을 상대로 낸 100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는 대가로 법무부가 이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기금이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에 반발한 1·6 폭동 가담자를 지원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비판 속에 법무부가 향후 트럼프 대통령 일가를 상대로 세금 소송을 걸지 않기로 했다는 '이면 합의' 의혹마저 불거졌다.
버지니아주 연방지방법원의 리오니 브링케마 판사는 지난달 29일 이 기금을 통한 배상금 지급을 일시 중단하고,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기금 조성 절차를 중단하라고 명령하면서 법적으로 제동을 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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