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클라우드·모델·에이전트 수직계열화 완성…인프라·AI 모두 갖춰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인공지능(AI) 시대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구글이 선택한 것은 AI 에이전트와 칩 모두를 공략하는 양면전술이었다.
구글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기업용 에이전트 도구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오픈AI와 클로드 등과 정면 대결을 예고하고, 8세대 AI칩 'TPU(텐서처리장치) 8t·8i'로는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오픈AI·앤트로픽 에이전트 전쟁에 참전
현재 기업용 AI에서 가장 확실한 매출원이 되는 시장은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코딩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는 오픈AI의 코덱스와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 등이 경쟁하고 있지만, 구글 제품은 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구글이 이날 선보인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플랫폼'은 코딩 지식이 없이도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도구로, 개발자는 물론이고 개발 지식이 없는 일반 업무직원까지 더 넓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이다.
대상 고객층을 확장해 코딩 도구 시장을 넘고, 곧 기업용 AI의 주류가 될 에이전트 시장 전체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시장을 차근차근 장악하겠다는 듯 플랫폼 내에서 자사의 제미나이 모델뿐 아니라 경쟁사인 앤트로픽의 클로드 모델도 해당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토머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는 단편적인 서비스를 엮어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위해 포괄적인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칩 분리 전략으로 엔비디아에 도전
구글은 에이전트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하드웨어 인프라에서도 전환을 꾀했다.
8세대를 맞은 TPU를 훈련용과 추론용으로 분리함으로써 기반 모델(파운데이션 모델)을 훈련하는 데는 연산량이 높은 TPU 8t를,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데는 추론 속도가 빠른 TPU 8i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같은 AI 칩 부문은 에이전트 플랫폼 전쟁을 지원하는 병참 기지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또 다른 전장이기도 하다.
구글이 이처럼 훈련용과 추론용을 나눠 내놓은 것은 엔비디아가 최근 택한 전략과 유사하다.
엔비디아는 자사 베라 루빈 AI 슈퍼컴퓨터 생태계에 루빈 그래픽처리장치(GPU) 외에 우회 인수한 그록(Groq)이 생산한 추론 전용 언어처리장치(LPU)를 추가했다.
구글의 TPU 8t가 루빈 GPU에, TPU 8i가 그록의 LPU에 각각 대응해 엔비디아의 독점 지위에 도전하는 맞불 작전을 벌이는 모양새인 셈이다.
구조상으로도 TPU 8i와 그록 LPU 모두 비용이 많이 들고 면적도 크게 차지하지만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른 S램에 의존하는 공통점이 있다.
연산하는 영역과 데이터를 저장하는 영역 사이에서 데이터가 오가는 과정이 추론 작업의 주요 병목이 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엔비디아와 구글 같은 AI 칩 생산 기업들이 추론 전용 칩을 앞다퉈 내놓은 것은 수많은 에이전트를 구동하는 과정에서 훈련보다는 추론의 수요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TPU 개발을 총괄한 아민 바닷 구글 수석부사장(SVP)은 "AI 에이전트가 부상하면서 훈련과 서비스(추론)에 각각 특화한 칩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풀스택' AI 수직계열화 완성
구글은 이날 발표한 제품을 통해 칩부터 시작해 클라우드, AI모델, 개발자 도구, 에이전트 도구 등에 이르는 AI 수직계열화를 갖추게 됐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드 부문 경쟁사들도 최근 '트레이니엄'과 '마이아' 등 자체 칩을 내놓고 활용하고 있지만, 구글은 2015년부터 맞춤형 칩을 생산·운용해온 경험이 있다.
구글의 TPU는 AI 모델 경쟁 최전선에 있는 앤트로픽도 대규모 사용을 약정했을 정도로 입지가 탄탄하다.
이와 같은 인프라 경쟁력에 이어 AI 모델 경쟁에서도 제미나이는 챗GPT나 클로드와 함께 3강 체제로 평가되는 선두 그룹에 있다.
개발자 도구와 에이전트 도구에서는 클라우드 고객사를 상대로 한 영업·마케팅 측면에서 오픈AI나 앤트로픽보다 우위인 부분이 있다.
구글은 이 같은 입지를 바탕으로 AI 경쟁의 다음 전선으로 평가받는 '에이전트 경제' 영역을 공략하고 있다.
쿠리안 CEO가 "에이전트형 기업으로의 전환은 모든 기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라며 "구글 클라우드의 기술적 준비는 끝났다. 이제 기업이 성장 엔진을 구축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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