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시장 변동성에 심리위축…"취약계층 '핀셋 추경' 필요"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송정은 기자 = 정부가 중동발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에 착수하면서 내수 심리 위축 우려를 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있어 재정을 한꺼번에 투입하기보다는 향후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고유가·시장 급락에 소비심리 촉각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소비 심리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 국내 소비심리 지표에는 뚜렷한 전쟁 충격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경제 심리가 약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가 집계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3월 55.5로 전월(56.6)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2월(52.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미·이란 전쟁과 유가 상승 여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유가 상승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다. 특히 석유는 70%, 천연가스는 20% 수준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수송로의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경제 전반에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성장률 하방 압력 우려가 커지면 투자, 소비 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2일 '3월 경제동향'에서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등은 경기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시장 변동성도 소비 심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주식시장이 상승할 때는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가 기대되지만, 반대로 급락할 경우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경 편성에 즉시 착수한 것 자체가 일정 부분 심리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다고 15일 평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되는 시점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편성에 착수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수 심리가 크게 악화하는 것을 막는 '시그널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추경 규모·재정 여력 두고 신중론 제기도
추경 규모나 방향은 불확실한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번 추경은 고유가와 직결된, 꼭 필요한 부분에 재정을 투입하는 '핀셋 추경' 식이 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상황이 워낙 급변하고 불확실성이 큰 만큼 한꺼번에 지금 당장 급한, 필요한 정도로 하고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원유 가격 상승으로 타격이 큰 취약 계층에 우선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추경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며 "세수로 확보한 재원을 먼저 써버리면 나중에 상황이 더 악화했을 때 국채 발행에 의존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전쟁 등으로 경제 심리가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변하면 회복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 측면에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정 부분 의미는 있다"고 했다.
정부는 당장 예상되는 초과 세수에 의존해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원 조달 방식보다는 필요성과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 실장은 "추경은 필요성에 따라 하는 것이지 초과 세수 여부와 꼭 연결 지을 필요는 없다"며 "초과 세수가 생긴다고 해서 다 써야 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세수가 부족하더라도 필요하면 재정을 투입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