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포칼립스' 논쟁 확산…AI가 직접 코드 작성
과기정통부, 전문가 간담회 열어 인재정책 재검토

(서울=연합뉴스) 권하영 기자 = 에이전틱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소프트웨어(SW) 산업 구조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AI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코드를 작성하는 기술이 현실화하면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종말을 뜻하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AI 활용 시 기존 3년 이상 걸리던 SW 개발 프로젝트가 40일 수준으로 단축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정부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재 정책 재정비에 착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3일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에이전틱 AI 시대, SW 산업 및 인재 양성 대응 방안'을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한 달간 총 6차례 'SW 산업·인재 양성 혁신 콜로키움'을 열어 AI·SW 분야 산·학·연 전문가 약 70명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는 그간의 논의를 토대로 정부의 AI·SW 정책 전환 방향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는 사람의 세부 지시 없이 설정된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업무를 완수하는 에이전틱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월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워크' 출시 이후 AI가 기업용 SW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미국 SW 기업 시가총액은 약 1조달러나 급락했다.
조준희 한국AI·SW산업협회(KOSA) 회장은 "과거 공급 기업이 만든 패키지 SW를 구매하던 고객사들이 이제는 AI를 활용해 필요한 기능만 직접 개발하려 한다"며 "산업의 중심이 공급자에서 수요자로 이동하는 변화에 맞춰 인재 양성 계획도 특화된 방향으로 전면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 현장에서도 변화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 SW 제품 책임자(PM) 1명과 협업하는 개발자 수가 크게 줄어드는 등 개발 조직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서 산학연 전문가들은 에이전틱 AI 시대의 변화에 맞춘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AI 활용 능력과 폭넓은 도메인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 정의, 시스템 설계, 결과물 수정과 검증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발제를 맡은 송호철 더존비즈온 대표는 "AI가 코딩을 담당하게 되면서 개발자의 업무 시간 중 상당 부분이 AI의 동작 방식을 설계하고 정의하는 데 쓰이고 있다"며 "개발자의 역할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AI·SW 교육 역시 단순 코딩 실무 중심에서 설계와 검증 역량 중심으로 대학 커리큘럼을 전면 혁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신정규 래블업 대표는 "SW 개발의 패러다임이 코드 작성에서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정의하고 검증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대학에서도 파이썬 등 단순 코딩 수업보다 시스템 프로그래밍이나 아키텍처 등 프로그램의 본질을 이해하는 기초 교육이 이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깊은 SW 기본기를 갖춘 '고급 인재'와 도메인 지식에 AI 활용 능력을 겸비한 '융합 인재' 양성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왕지영 카카오엔터프라이즈 PM은 "학과 신설에 치중하기보다 학과 간 통합 수업이나 프로젝트를 활성화해 학생들이 실제 현장의 문제를 직접 정의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육 현장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 구축 필요성도 제기됐다.
성민혁 KAIST 교수는 "국내에는 AI 교육을 위한 학교 단위 GPU 클러스터가 사실상 없다"며 "연구용과 교육용 인프라를 분리하되 기업의 구형 GPU를 교육용으로 재활용하는 등 창의적인 인프라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하면 개별 대학 단위가 아니라 여러 대학이 공동 활용하는 통합 GPU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는 에이전틱 AI 시대에 맞는 종합적인 인재 양성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에이전틱 AI 시대에 실제 현장에 필요한 인재상을 전문가들과 새롭게 도출하고 기존의 AI 인력양성 및 지원체계를 전면 재검토 중"이라며 "AI 인재 양성 정책이 현장 수요와 AI 네이티브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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