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환경서 데이터 수집·점검…산업현장 안전·지속가능성 향상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로 유명한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영국에서 원자력 시설 해체 작업의 '특급 도우미'로 활약해온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끈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영국 원자력 시설 해체 당국 산하 공기업인 셀라필드는 2021년 시험 운영을 시작으로 스팟을 핵시설 해체 현장에 활용해 온 사례를 최근 공개했다.
셀라필드는 원자력 시설 해체와 방사성 폐기물 관리를 맡는데 현장의 방사선 영향과 복잡한 내부 구조로 사람의 접근이 제한되는 고위험 환경에서 작업이 진행되는 일이 잦다. 이들 현장에서는 정확한 데이터 수집을 통한 정밀한 검사가 필수적이지만 작업자 안전 확보가 어려운 과제였다.
셀라필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팟을 활용한 로봇 기반 현장 점검 체계를 도입했다. 스팟이 네 발로 걸어 다니며 사람이 직접 진입하기 어려운 구역에서 데이터 수집과 원격 점검 등을 하도록 한 것이다.
현장에 투입된 스팟은 핵시설 환경에 맞춰 다양한 감지 센서와 기능을 장착했다. 기동성이 뛰어나 거친 지형과 계단을 포함한 복잡한 구조물 내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셀라필드는 소개했다.
스팟은 360도 영상 촬영과 3D 라이다 스캐닝을 통해 현장 구조를 정밀하게 파악하며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관리자에게 원격으로 상황을 전한다.
또 감마선과 알파선 측정을 통해 방사성 물질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방사선 특성화' 작업에도 투입된다. 최근에는 시설 내 방사성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시료 채취 시험 작업도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셀라필드는 전했다.

이번 사례는 로봇이 고위험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해 작업을 하면서 산업 현장의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인간 작업자가 직접 하던 일을 스팟으로 대체하며 작업자의 위험 노출을 크게 줄인 데다, 사람보다 오랜 시간 현장에 머물며 점검을 할 수 있어 전체적인 해체 작업 속도도 빨라졌다.
개인 보호장비 사용이 줄어 폐기물 저감 효과가 났고, 기복 없이 반복적이고 일관된 검사를 할 수 있어 운영 효율성도 높아졌다.
셀라필드는 2021년 스팟 시험 운영을 시작으로 2022∼2023년 복잡한 환경에서의 운용 가능성을 검증했다. 2024년에는 고위험 방사능 구역에서도 스팟을 점검 작업에 활용했고, 지난해에는 영국 원자력 분야 최초로 발전소 허가 구역 외부에서 스팟 원격 시연에 성공하며 작업자와 현장을 분리한 완전 원격 작업 가능성도 확인했다.
셀라필드는 향후 파트너들과 협력해 스팟에 새 센서 팩을 적용하고 방사능 지도 작성, 환경 특성 분석 등 폭넓은 작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스팟의 시료 채취 기술 시험은 지난 5일 영국 공영 방송 BBC에도 보도됐다.
셀라필드 관계자는 BBC에 "스팟의 기술 역량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시설 해체 작업을 가능하게 하고, 원자력 분야에서 첨단 로봇 기술 도입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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