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위협에 강력한 리더십으로 맞서"…조기총선 카드 꺼낼 수도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거주비와 생활비 급등을 잡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던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위기를 등에 업고 기사회생할 조짐이다.
29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프레데릭센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사민당)은 현지 컨설팅업체 메가폰이 지난 20∼22일 덴마크 시민 1천12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22.7%의 지지율로 의회에서 41석을 얻어 원내 1당을 지킬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위협을 본격화하기 이전인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서 예상 의석이 32석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라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여론조사 기관인 복스메터가 28일 공개한 또 다른 여론 조사에는 프레데릭센 총리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2년 이래 최고인 40.9%로 치솟았다. 또 현시점에서 총선이 치러진다면 프레데릭센 총리가 이끄는 연정은 73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민당은 179석인 덴마크 의회에서 50석을 차지한 원내 1당으로 중도우파 정당인 자유당, 중도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으나 치솟은 집값과 생활비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며 재집권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었다.
2019년 집권한 프레데릭센 총리는 작년 11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사민당이 100여년 만에 수도 코펜하겐 시장직을 내주며 참패하자 사퇴 압박에 처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79%에 달했던 프레데릭센 총리의 지지율은 작년 12월에는 34%로 추락했다. 그러면서 올해 11월 전에 실시될 예정인 총선에서 그의 실각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위기에 몰렸던 프레데릭센 총리가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네 라스무센 코펜하겐대 정치학 교수는 "무엇보다 그린란드 덕분"이라며 "다른 설명은 사실상 없다"고 해설했다.
라스무센 교수는 "덴마크인들이 정부와 이처럼 강한 연대의 물결을 경험한 건 코로나19 당시가 마지막이었다"며 "국가적 위기는 대체로 집권 세력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사민당 소속의 유럽의회 의원인 크리스텔 샬데모세 의원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이 덴마크의 주권에 도전할 때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올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위협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위기가 고조되자 그린란드 주권은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고 못 박으며 미국에 단호히 맞섰다. 지난 23일에는 그린란드를 깜짝 방문해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와 만나 공동 대응 방안을 조율했고 주민들을 위로하는 행보로 호평받기도 했다.
프레데릭센 총리가 이같은 지지율 급등 분위기를 등에 업고 올해 상반기 정부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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