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경제협력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조약 위반"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이 러시아에 있는 자국 노동자 가족들이 현지 당국으로부터 의료보험카드 발급을 거부당하자 조약 위반이라며 러시아를 제소했다.
29일 중앙아시아 매체인 타임스오브센트럴아시아(TCA)에 따르면 키르기스 정부 산하 의무건강보험기금(MHIF)은 최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있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러시아가 키르기스 이주 노동자들의 가족에게 의료보험카드를 발급하지 않는 것은 옛 소련 경제협력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조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EAEU는 회원국 간 상품·서비스·자본·노동의 이동이 자유로운 단일 시장 창설을 목표로 하며 러시아와 옛 소련권 국가인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등 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아자마트 무카노프 MHIF 회장은 제소 사실을 밝히면서 EAEU 조약은 회원국 이주 노동자가 다른 회원국에서 합법적으로 고용되면 해당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의료보험카드 발급 등 보호 조치를 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무카노프 회장은 "하지만 조약이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아 소송을 냈다"며 현재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2주 내 결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키르기스 이주 노동자들의 가족에 대한 의료보험카드 발급 거부 문제는 최근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러시아 부총리가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했을 때 거론됐다.
하지만 그 이후 외교 채널을 통한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자 키르기스 당국은 결국 소송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제와 안보 등 부문에서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키르기스스탄의 제소는 이례적이다.
키르기스스탄은 그동안 이주 노동 등과 관련해 러시아와 마찰이 생기면 외교 채널을 통해 조용히 해결해왔다.
이번에 법원이 만약 키르기스스탄의 손을 들어준다면 EAEU 조약이 실질적 법적 효력을 지닌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어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TCA는 짚었다.
많은 키르기스스탄인들이 러시아에서 일해 번 돈을 본국에 송금, 키르기스스탄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키르기스스탄인들에게 러시아는 최대 이주 노동 대상국이다. 2024년 말 기준 러시아 이민 당국에 등록된 키르기스 국적자는 약 38만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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