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과도정부는 파시스트" 비난…방글라 "양국관계 심각하게 훼손"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2024년 대학생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해 대규모 인명피해를 초래한 뒤 인도로 달아난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인도 도피 후 처음으로 본국을 비판하는 연설을 공개하자 방글라데시 당국이 발끈했다.
26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 있는 외신기자클럽에서 다수의 언론사 기자가 자리를 채운 가운데 사전 녹음된 하시나 전 총리의 연설이 온라인으로 전파됐다.
이 연설을 시청한 누리꾼은 10만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시나는 연설에서 자신의 퇴진 후 들어선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의 방글라데시 과도정부를 '살인적 파시스트'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방글라데시는 "자유롭고 공정한 총선을 결코 치르지 못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러한 발언은 무슬림 다수국 방글라데시에서 과도정부 출범 이후 소수 힌두교도가 공격받는 상황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과도정부는 다음 달 12일 하시나 퇴진 후 처음 총선을 실시할 예정인데, 하시나가 이끄는 정당 아와미연맹(AL)은 당국의 등록 취소로 총선에 참여할 수 없다.
하시나는 2024년 8월 대학생 시위에 대한 유혈진압에도 시위 규모가 오히려 커지자 이에 굴복,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인도로 달아났다. 당시 진압으로 유엔 추산 최대 1천400명이 사망했다.
이후 작년 11월 본국 궐석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두차례에 걸쳐 총 21년간 집권한 하시나를 줄곧 후원해온 인도 당국은 방글라데시 과도정부의 하시나 인계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시나의 이번 연설 공개에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외무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발끈했다.
외무부는 성명에서 "(하시나 연설에) 방글라데시 과도정부와 국민은 놀랐고 충격을 받았다"며 "인도 수도에서 그런 행사를 허용하고 대량 학살자 하시나가 공개적으로 혐오 연설을 하도록 한 것은 방글라데시 과도정부와 국민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양국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로 남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하시나 퇴진 후 이어지는 양국관계 악화의 한 요인으로 거론되는 힌두교도 공격과 유관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인도 매체에 따르면 지난 23일 방글라데시 중부 다카주 나르싱디시(市)의 한 자동차 수리센터 차고에서 불이 나 그 안에 자고 있던 힌두교 신자 직원(23)이 현장에서 숨졌다.
경찰은 목격자 등의 진술로 미뤄 힌두교 신자인 피해자를 겨냥한 방화일 수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최근 수 주 동안 방글라데시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고로 최소한 7명의 힌두교 신자가 사망했다고 힌두포스트가 26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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