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서만 2명 총격사망…"제압상태서 피격" vs "총기소지해 방어"
분노 확산 "최악의 사건"…전직 대통령들도 "모두 일어냐야" 저항 촉구
민주, 이민단속 예산 거부에 셧다운 재연 가능성…공화당서도 비판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연방요원을 대거 투입, 이민 단속을 진행 중인 가운데 25일(현지시간) 이들의 무차별 단속과 폭력적 행태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미 시민권자가 사망한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시민권자가 연방요원들의 총에 맞아 숨지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정치적 뇌관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당시 상황에 대한 주정부와 연방당국의 설명부터 엇갈린다. 주 당국은 연방요원들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인 팀 월즈 주지사가 내란을 선동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버락 오바마 등 전직 대통령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단속을 비판하며 시민들에게 목소리를 내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이 이민단속 관련 예산안에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재연 가능성도 제기된다.

◇ 17일만에 또 美시민 총격사망…"이미 제압상태" vs "방어차원"
지난 24일 오전 9시께 미니애폴리스에서 미 시민권자인 알렉스 프레티(37)가 연방국경순찰대 요원들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알렉스는 미니애폴리스 재향군인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였다.
이번 사건은 지난 7일 르네 니콜 굿(37)이 ICE 요원의 총격으로 숨진 현장에서 1마일(약 1.6㎞)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 것으로,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을 보면 충격적이다.
그는 연방요원들의 이민 단속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던 중, 최루 스프레이를 맞고 쓰러진 옆 사람을 도우려다가 요원들에게 제압당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앉은 상태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연방정부는 당시 그가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기에 정당방위라는 주장이다.
국토안보부는 프레티가 반자동 권총을 지니고 국경순찰대 요원들에게 접근했으며, 요원들이 그를 무장해제하려 시도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국경순찰대 측은 프레티를 "용의자"라 부르며 "법 집행관들을 학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 프레티가 소유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권총 사진을 올리며 "장전돼 발사 준비가 돼 있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내란법 발동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인 미네소타 주지사와 미니애폴리스 시장을 겨냥해 "거만하고 위험하다"며 "오만한 수사로 내란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월즈 주지사는 연방당국이 "혼란과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며 철수를 촉구했다.
그는 특히 연방정부의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주 정부가 수사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네소타연방법원은 프레티 사망 사건 관련 증거 보존을 명령했다. 증거 인멸을 막아달라는 주정부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이다.
총 가졌길래 사살했다고?…오바마·클린턴 "분노 정당, 모두 일어나야" / 연합뉴스 (Yonhapnews)
미 언론들도 연방정부의 설명과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장 영상을 분석, 프레티가 바닥으로 제압당했을 때 들고 있던 것은 무기가 아닌 전화기였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레티가 여성 시위자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이민단속 요원들을 막아서다 몸싸움에 휘말린 뒤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 매체들은 프레티를 향한 총격이 근접거리에서 5초간 최소 10발이 발사됐다고 분석했다.
프레티는 범죄 이력은 없으며, 합법적 총기 보유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역 경찰은 밝혔다.
유족들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행정부가 프레티에 대해 '역겨운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프레티 사망 관련 "모든 것을 조사하고 있다"며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단속 요원들을 철수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구체적 철수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언젠가 떠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은 경이로운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 좌우대치 상징 된 'BLM 인권운동' 발원지…언론들도 정책 전환 촉구
연방 이민단속 요원의 총격으로 시민 2명이 잇따라 사망하자, 이미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한파에도 계속된 시위는 더욱 격해졌다.
프레티 사망 현장엔 분노한 시민 수백명이 모여들어 연방 단속 요원들과 대치하며 격렬히 항의했다.
미니애폴리스뿐만 아니라 뉴욕,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곳곳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랐고, 추가 시위도 예고된 상태다.
사건 발생지 미니애폴리스는 ICE로 대표되는 트럼프 정권 및 보수·우파 진영과, 그에 저항하는 진보·좌파 진영의 첨예한 대치를 상징하는 지역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니애폴리스는 지난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당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목이 눌린 채 "숨 쉴 수가 없다"는 말을 남기고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구호를 내건 전국적인 시위와 운동이 이어졌다.
미 언론들도 이번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프레티 사망 사건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환점이라 평가하고 "대규모 강제 추방 정책은 도덕적, 정치적으로 실패했고 미국인들에게 분노와 불안감만 남겼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인 WSJ도 이번 사건을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발생한 최악의 사건이라 지적하며 "ICE의 행동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NYT도 사설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눈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의회가 나서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정부 행태를 비판하고 의회 개입을 촉구했다.

◇ 민주, 예산안 거부에 셧다운 가능성…前대통령들, 시민 저항 촉구
사건의 파장은 정치권으로도 옮겨갔다.
민주당은 연방정부 셧다운을 경고하는 데 이어 주무부처인 국토안보부의 크리스티 놈 장관 탄핵까지 검토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이 세출법안 패키지 통과에 반대 입장을 굳힘에 따라 작년 10∼11월에 이어 이달 말 연방정부 셧다운이 재발할 가능성이 생겼다.
그간 연방의회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협상을 벌여오던 정부 세출 승인 6개 법안 패키지의 통과에 민주당 상원의원 일부가 추가로 반대로 돌아서면서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패키지에 ICE 지출 100억 달러(14조5천억원)를 포함해 국토안보부 지출 644억 달러(93조1천400억 원)가 반영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이날 저녁 전원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 소속 전 미 대통령들도 트럼프 행정부 비판에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연방정부 요원들이 아무런 제지 없이 미 주요 도시 주민들을 위협하고 괴롭히고 있다며, 이에 대한 미국인의 분노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미국인은 평화시위 물결을 지지하고 영감을 얻어야 한다"며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기본적인 자유를 지키며 정부에 책임을 묻는 일은 궁극적으로 시민인 우리 각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미 민주주의의 약속을 믿는 우리 모두가 일어나 발언해야 한다"며 행동을 촉구했다.
집권여당인 공화당은 대체로 침묵하거나 트럼프 행정부를 옹호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비판도 나왔다.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공화·알래스카)은 "ICE 요원들은 임무 수행 과정에서 '백지 위임장'을 부여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빌 캐시디 연방 상원의원(공화·루이지애나)은 엑스(X·옛 트위터)에 "ICE와 국토안보부의 신뢰성이 위태로워졌다"며 연방 행정부와 주 당국의 합동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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