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거점'으로 볼리비아 주시…스파이 축출·테러단체 지정 요구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이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등 남미 국가에 이란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광범위한 대(對)이란 전략의 일환이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이 볼리비아 정부에 현지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의심되는 이란 스파이들을 추방하고, 이란의 정예 군사조직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테러단체로 지정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또 볼리비아 정부에 이란의 대리세력인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지정하길 원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같은 비공개 외교 압박은 남미에서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경쟁 세력의 영향력은 낮추려는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남미 중심부에 위치한 볼리비아는 남미 전역에 걸친 이란의 외교·정보 작전의 중요한 거점으로 부상했다는 게 미 전현직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그 이유로는 느슨한 방첩 환경, 주변 여러 국가와 국경을 맞댄 지리적 중심성이 꼽힌다. 특히 일부 주변국은 최근 몇 년간 헤즈볼라의 테러 시도 대상이 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고위 요원 릭 데 라 토레는 이란의 남미 활동의 핵심은 베네수엘라였지만, 최근에는 볼리비아와 니카라과가 '2차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란과 헤즈볼라는 단속이 느슨한 국가를 허브로 삼은 뒤, 더 중요하거나 역량이 큰 주변국으로 조용히 영향력을 확장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볼리비아는 지난 20년간 좌파 정권이 집권하며 반미 노선을 내세웠지만, 작년 10월 중도 성향 로드리고 파스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과 관계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엔 미 국무부와 정보당국 관계자들이 볼리비아를 방문, 테러 조직 지정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란과 수년간 동맹 관계였던 베네수엘라에도 비슷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달 초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 이후,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정부를 상대로 이란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축소할 것을 압박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미 작년 9월에는 에콰도르가 IRGC와 하마스, 헤즈볼라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고, 이달 들어 아르헨티나가 IRGC 정예 쿠드스군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칠레, 페루, 파나마에서도 유사한 조치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헤즈볼라와 IRGC가 오랫동안 남미에서 활동해왔다고 보고 있다.
작년에는 멕시코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겨냥한 암살 음모가 현지 보안당국에 의해 저지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볼리비아에 주재하던 위장 신분의 쿠드스군 장교가 사건 모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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