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펑 부총리 "중국경제, 오랜 문제와 새로운 도전 직면"
"사려 해도 타국이 안 파는 경우 많아…美와 경제무역 관계 전반적 안정"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전 세계 정재계 리더들이 모여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인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중국이 올해 최우선 과제로 '내수 진작'을 꼽으면서 이를 위해 수입을 늘리고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서비스 분야를 더 개방하고 제조업 강국을 넘어 소비 강국으로 거듭나 중국 경제가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겠다며 서비스 산업과 내수를 향후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재차 강조했다.
중국 '경제 실세'로 불리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는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연차총회 특별연설에서 중국이 "오래된 문제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러한 문제는 주로 우리의 발전과 전환 과정에서의 성장통"이라고 말했다.
허 부총리는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소비 시장이고 자동차·휴대전화·가전제품 등 여러 부문에서 이미 최대 시장이지만 자본 소비 지출은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친다"고 짚었다.
이어 "중국의 중산층이 계속 성장함에 따라 더 높은 삶의 질에 대한 다양한 수요가 나타날 것이며, 이는 막대한 소비 잠재력을 의미한다"면서 "중국은 올해 국내 수요를 최우선 경제 의제로 삼았으며, 소비를 강력하게 촉진해 제조 강국에 더해 소비 강국이 되고자 도시와 농촌 주민 모두의 소득 증대 목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입을 더욱 확대해 양질의 외국 상품이 더 많이 중국 시장에 들어오도록 장려하고,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고 더 많은 분야를 개방하겠다며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에 공정하고 차별 없으며 투명한 투자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허 부총리는 그러면서 "전 세계 기업이 중국 내수 확대가 제공하는 기회를 포착해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국 소비시장을 더 깊이 탐색해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를 권한다"고 손짓했다.
이러한 언급은 수십년간 거대 제조업과 그에 기반한 수출, 인프라 투자에 의존해온 경제성장 구조를 내수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2010년대 들어 기존 성장전략이 한계에 부닥치고 미중 무역갈등과 코로나19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내수 확대와 기술 자립 등 '국내 대순환'을 위주로 한 '쌍순환'(雙循環·이중순환) 발전 전략을 제시하며 국내경제에서 생존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허 부총리는 또한 중국의 발전이 글로벌 경제 발전에 위협이 아닌 기회라면서 자유 무역과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를 확고히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무역흑자를 추구하지 않으며, 세계의 공장이 되기를 원할 뿐만 아니라 더욱 간절하게 세계의 시장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중국이 구매를 원하더라도 다른 국가들은 팔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무역 문제의 안보화를 지적했다.
허 부총리는 세계가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으로 돌아가서는 안 되며 일부 국가가 글로벌 무역 질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미국을 겨냥한 발언도 했다.
하지만 미국과의 경제무역 관계에 대해서는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양국 정상의 부산 회담, 5차례 경제무역 협상 등을 통해 "일부 현안을 적절히 처리하고 경제통상 관계를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했다"고 평했다.
그는 또 중국이 과학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 힘을 싣고 있다며 "중국은 다른 모든 국가와 함께 과학기술 혁신을 추진하고, AI 거버넌스와 같은 분야에서 글로벌 도전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싱가포르 연합조보와의 인터뷰에서 허 부총리의 연설에 대해 "서방이 제기해 온 중국 경제 발전 모델에 대한 비판에 전면적으로 응답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주 교수는 중국은 트럼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트럼프식 먼로주의(돈로주의)가 고도로 결합해 세계 정치경제 질서가 새로운 퇴행 국면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허 부총리의 연설이 그에 대한 "공개적이고 날카로운 비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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