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화 서울대 아시아-아프리카센터 선임연구원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2025년의 아프리카는 위기가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닌, 일상적 조건으로 자리 잡은 해였다. 쿠데타와 선거, 그리고 거리의 시위가 반복되며 정치적 불안정성은 일상화됐다. 이러한 정치적 혼란은 특정 국가만의 사건을 넘어 대륙 전반에서 공통으로 관찰되는 현상이 됐다. 이는 아프리카 정치가 새로운 전환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2025년 한 해 동안 치러진 여러 선거는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선거는 형식적으로는 유지됐지만, 결과에 대한 신뢰는 크게 약화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선거 이후 대규모 시위와 국가 폭력이 뒤따랐다. 정치적 안정의 상징으로 평가받던 탄자니아와 같은 국가들마저 강경 진압과 정치적 긴장이 일상화됐다. 그러면서 선거가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분노를 자극하는 양상이 반복됐다.

이와 동시에 사헬 지역(사하라 사막 이남 반건조지대)을 중심으로 군사정권의 고착화 현상은 2025년 아프리카 정치 지형을 규정하는 또 하나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군부 통치는 더 이상 일시적 과도 체제가 아니라, 안보 불안과 질서 회복을 명분으로 제도화된 통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등에서는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며 군사정권 간 연대와 블록화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서방의 정치·안보적 영향력이 점차 약화하는 반면, 러시아와 중국의 존재감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프리카 지정학 질서의 구조적 재편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2025년 아프리카 정치를 단순히 권위주의의 확산이라는 틀로만 해석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륙인 아프리카에서 청년 세대는 더 이상 침묵하는 다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생활비 급등, 구조적 실업, 만성적 부패, 물·전기·교육과 같은 기본 공공서비스의 붕괴는 청년층의 불만을 조직화한 거리 정치로 전환하는 직접적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여러 국가에서 전개된 청년 주도의 시위는 선거나 정권 교체에 대한 단순한 반대를 넘어, 국가가 시민의 일상적 생존을 어떻게 책임져야 하느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는 통치의 정당성과 국가의 역할 자체를 재정의하려는 정치적 요구로 확장됐으며, 일상적 생존 문제를 정치의 중심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마다가스카르와 모로코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거리 정치가 제도 정치와 결합하며 체제 변화와 권력 재편의 촉매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사회적 불안은 아프리카 내부 요인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 환경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2025년은 국제 개발협력과 통상 질서가 급격히 재편된 해로 평가된다. 주요 공여국들의 원조 축소와 보호무역 강화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재정 여건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정책 선택의 폭을 크게 제약했다. 오랫동안 외부 지원에 의존해 유지되어 온 보건·교육 부문의 제도적 기반이 흔들리면서, 국가가 시민에게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다. 이는 사회적 불만과 정치적 동원의 구조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런데도 2025년의 아프리카는 외부 충격에 대한 수동적 반응에 머무르지 않고, 자생적 대응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보호무역이 확산하는 환경 속에서도 아프리카 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를 중심으로 역내 통합과 시장 확대를 통한 구조적 대응이 논의되고 있다. 아프리카 경제 역시 불안정한 대외 여건 속에서도 일정 수준의 성장과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25년 아프리카가 위기와 취약성의 공간으로만 인식되던 기존의 틀을 넘어, 제약된 조건 속에서도 새로운 발전 경로와 정치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환기에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가 집약적으로 표출된 2025년은, 아프리카 정치가 새롭게 재구성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음을 보여준 분기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 조준화 박사
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아시아-아프리카센터 선임연구원(창립멤버), 서울대 언어학과 강사, 영국 런던대(SOAS) 정치학 박사, 연세대·한국외국어대 연구교수 및 강사 역임. 아프리카 정치와 개발협력 관련 다수의 논문 및 보고서를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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