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정부 때에도 갈등…멕시코 농민 반발 속 1명 숨지기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가 미국과의 해묵은 수자원 분쟁 해결책 도출을 위한 협의에 나섰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양국 수자원 협정 이행 사항과 관련해 장관급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 상황을 설명하며 수자원 공급 약속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게시글을 통해 "멕시코가 우리의 포괄적인 물 협정을 계속해서 위반하고 있으며, 이 위반이 우리의 아름다운 텍사스 작물과 가축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물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으면 멕시코산 수입품에 "5%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가 지난 5년간 협정을 위반해 미국에 80만 에이커풋(acre-foot)이 넘는 물을 갚아야 한다면서 멕시코가 오는 31일 전에 20만 에이커풋의 물을 방류하고 나머지도 이어서 곧바로 보내야 한다고도 적었다.
1에이커풋은 1에이커(약 4천46㎡) 면적의 땅을 1피트(30.48㎝)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수량으로, 약 1천233㎥에 해당한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 수자원 관리를 위해 설립된 국제 국경·수역위원회(CILA·미국 약어는 IBWC) 홈페이지 자료를 보면 멕시코는 1944년 협약에 따라 브라보강(미국명 리오그란데강)에서 4억3천만㎥가량의 물을 매년 미국에 보내야 한다. 반대로 미국은 콜로라도강에서 매년 약 19억㎥의 물을 멕시코로 보내기로 했다.
'㎥'로 표기된 상호 방류량은 트럼프 대통령이 '에이커풋' 단위로 설명한 숫자와 동일하게 환산된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멕시코는 5년 기준 175만 에이커풋(약 21억5천만㎥) 물을 제공해야 하지만, 5년 주기 종료(10월 25일)를 몇 달 앞둔 지난 7월까지 73만 에이커풋(약 9억㎥)을 보내는 데 그쳤다.
멕시코 정부는 심각해진 가뭄과 자동차·전자제품 생산 시설 증가에 따른 산업용수 수요 급증 등 때문에 정해진 만큼의 물을 미국 쪽으로 공급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 접근권에 대한 지역 주민의 기본권도 지켜져야 한다"며 "지난 5년간의 극심한 가뭄 상황에 관해 전하고 다음 5년 주기에 부족분을 메울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 정부의 이런 해명은 그러나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국경을 맞댄 두 나라의 '물 빚 논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어서다.
1997년께부터 쌓인 멕시코의 물 제공량 부족 사태는 2002년 멕시코 대통령의 방미 연기로 이어질 정도로 양국 간 첨예한 논쟁거리로 여겨져 왔다.
트럼프 1기 정부 때인 2020년에도 갈등을 빚었다. 미국 쪽으로 물을 방류하지 못하도록 댐을 점거한 멕시코 북중부 치와와주(州) 농민과 국가방위대원 간 충돌로 1명이 숨지기도 했다. 당시 멕시코 정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 또는 국경 봉쇄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이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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