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중전회서 대만 독립 세력 탄압 결의…추가 수사·체포 등 예상
선보양 타이베이대 교수 "해외서 체포될 수도 있지만 두렵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공안 당국이 대만에 거주하는 선보양(43) 타이베이대 교수가 대만 독립을 주장하고 관련 단체를 결성했다며 공식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홍콩 명보와 중국 관영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 등이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충칭시 공안국은 중국 형법과 대만 독립 주장 처벌에 관련된 규정인 '독립 처벌 22조' 등을 적용해 선 교수와 그가 설립한 분리주의 단체 쿠마 학원에 대해 형사법적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천빈화 대변인도 같은 날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선보양에 대한 경찰 조사는 국가 통합을 수호하기 위한 정당하고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천 대변인은 "대만 독립 분리주의 활동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으며, 이들 분리주의자는 중화민족의 반역자"라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이 그동안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인사들의 명단을 경고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공식적인 형사 수사 개시 결정을 한 것은 처음이다.
이를 두고 중국이 이전에는 대만 독립 주장 문제와 관련해 정치적 경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법적 집행으로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전과 인지전 전문가인 선 교수는 안보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만 민간인들이 기본적인 민방위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2021년 대만에서 쿠마 학원을 설립해 교육해왔으나, 중국은 이를 문제 삼아 왔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작년 10월 선 교수와 쿠마 학원을 대만 독립 주장 세력 명단에 포함해 제재했고, 지난 6월에는 선 교수의 부친이 운영하는 대만 기업과 거래하는 중국 본토 기업을 처벌하고 관련 거래를 일절 금지했다.
중국 당국은 쿠마 학원이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의 지원을 받아 대만 독립 주장 세력을 양성해왔다고 본다.

관영 신화통신은 선 교수가 대만 독립을 장려하는 활동을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직해왔다면서 이번 수사는 중국 형법과 독립 처벌 22조 등 사법 의견을 바탕으로 선 교수의 행위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묻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에 선 교수는 "중국의 제재가 가해진 것이 이번이 여섯번째"라면서 "다음 단계는 아마도 수백 조처가 내려질 것이고 (일방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해) 궐석재판을 하자고 할 것으로 보이며 대만을 떠나 외국으로 여행 간다면 중국 당국에 체포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대만인으로서 두렵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만 정부도 "중국 공산당은 대만에 대한 관할권이 전혀 없다"면서 선 교수에 대한 수사 착수에 대해 격앙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지난 20∼23일 개최된 공산당 제20기 중앙위 제4차 전체회의(20기 4중전회) 개최를 계기로 대만 독립 등 분리주의 주장에 형사법적 대처에 나선 만큼 선 교수 이외에 다른 대만 인사들을 대상으로도 수사·체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명보는 4중전회에서 확정한 '국민경제·사회 발전 제15차 5개년규획(계획) 제정에 관한 건의'(이하 건의)에서 "'대만 독립' 분리주의 세력을 단호히 탄압하고 외세의 간섭에 반대한다"고 명시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그 이전의 "대만 독립을 극도로 경계하고 단호히 억제한다"고 규정했던 것보다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앞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입법부에 해당) 상무위원회는 지난 24일 제18차 회의를 열어 '대만 광복 기념일 지정에 관한 결정' 초안을 가결했다.
이는 일제 패망 후인 1945년 10월 25일 대만과 펑후 열도가 중국의 주권 관할로 다시 돌아온 것은 주권 회복을 의미한다면서 이를 기념일로 삼겠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대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전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는 달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 문제 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미중 간 '강 대 강' 무역 분쟁에 몰입하는 와중에 중국이 대만과 관련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데 주목한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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