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작전
군 고위직 승진 장성민 유일…중앙군사위 3명 공석 그대로
당적박탈 14명 중 군인 9명…신임 중앙위원 11명 중 군인 '0'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지난 23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20기 4중전회)에서 수년 사이 최대 규모의 중앙위원 교체가 이뤄진 가운데 군 고위 인사의 발탁이 극도로 제한되고 제명 등 숙청된 중앙위원은 대부분 군인인 점이 눈에 띈다.
이를 두고 최근 수년 사이 더욱 거세진 인민해방군 내 반부패 숙청 '칼바람'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영국 BBC 중문판과 싱가포르 중문매체 연합조보 등에 따르면 이번 4중전회에서 군 고위 인사의 영전은 중국군을 총괄 지도하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일원인 장성민 군 기율위원회 서기가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한 것이 유일하다.
장 부주석은 이번 전체회의에서 당적 박탈이 결정된 허웨이둥 전 부주석의 빈자리를 메우며 중국군 서열 3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새로운 중앙군사위원 발탁은 이뤄지지 않아 정원 7명인 중앙군사위원회의 현 인원은 군 통수권자인 시 주석과 장유샤 부주석, 장성민 부주석, 류전리 연합참모장 등 여전히 4명이다.
일각에서 둥쥔 국방부장(국방장관)이 중앙군사위원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번 전체회의 공보에 언급되지 않았다.
중앙군사위원회 교체 결정을 보면 군 인사 배제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번 전체회의에서 중앙위원 및 후보위원 14명의 당적 박탈이 결정됐는데 이 가운데 9명이 비리 문제로 낙마한 허웨이둥, 먀오화를 포함한 군 장성이다.
중앙위원 결원 보충 인원은 모두 11명이었는데 이들 가운데 군인은 1명도 없고 모두 문민 관료다.
당헌 규정상 중앙위원 공석은 일반적으로 후보위원 득표순에 따라 차례로 채워지는데 2022년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에서 뽑힌 후보위원 가운데 왕리옌 로켓군 부사령원, 팡융상 중앙군사위원회 판공청 주임 등 '순위권'이었던 군 인사들은 이번 중앙위원 합류 명단에서 빠졌다.
연합조보는 이에 대해 "중국공산당 고위층이 중앙위원 후보위원 중 군 인사의 승진 경로를 잠시 동결했으며, 군에서 새로운 반부패 폭풍이 끝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며 "여기에 고위 장성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군의 여러 중요 직책 인선에 대해 고위층이 여전히 심사숙고하고 결정을 못 내리는 것"이라고 짚었다.
군부 숙청 배경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최근 낙마한 군 고위 인사 중 다수가 시 주석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시 주석의 군부 장악력에 균열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허웨이둥, 먀오화, 왕슈빈 전 중앙군사위 연합작전지휘센터 상무부주임, 린샹양 전 동부전구 사령원(사령관), 친수퉁 전 육군 정치위원 등 이번 전체회의에서 당적이 박탈된 장성들은 모두 푸젠성 샤먼에 주둔하고 있는 31집단군 출신이다.
이들은 시 주석이 17년간 푸젠성에서 근무했을 당시 인연으로 군 고위급으로 고속 승진했다가 최근 2년 사이 잇따라 낙마했다.
숙청된 군 인사들이 심각한 부패나 자체 파벌 형성 등으로 시 주석이 심기를 거슬렀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군 전문가인 제임스 차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방전략연구소 조교수는 낙마한 장성들이 공유하는 이력이 자체 파벌을 결성하다가 적발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이는 최고 사령관(시진핑 주석)에게 이는 분명히 정치적 금기다. 최고 지도자만이 이 특권을 누릴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올버니 뉴욕주립대 천청 정치학 부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군 수뇌부의 공석은 "여러 차례의 반부패 숙청이 이뤄진 후 충분히 신뢰할 수 있고 자격을 갖춘 고위 관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암시한다. 부패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의 닐 토머스 연구원은 "시 주석이 이번 임기에 고위 관리들을 숙청하는 것은 그가 엘리트 정치를 확고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당을 서구식 법치 없이도 스스로를 규율하는 자율규제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시 주석은 그가 승진시킨 인사를 제거하는 데에 드는 평판 비용은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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