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중국 등 사례 근거로 '정권 탄압만 심화'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맞서온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베네수엘라의 민주화에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과거의 사례를 들어 정권의 탄압이 강화되는 반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마차도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베네수엘라의 민주화가 진전될지 관심이 쏠리는 와중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여럿이라고 소개했다.
마차도의 수상이 발표되자 국제사회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의 집권 후 권위주의적 통치와 경제 위기에 시달려온 베네수엘라에 정치적 변화가 올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0일 엑스(X·옛 트위터)에 "자유의 정신만큼은 갇힐 수 없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언제나 승리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투쟁은 계속된다"고 썼다.
책 '베네수엘라의 붕괴'의 저자인 카를로스 리사랄데도 마차도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국제사회에서 야당 지도자로서 그의 위치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적인 입장인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이들은 과거 사례를 보면 권위주의 정권에서 반정부 인사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해도 별다른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데이비드 스밀데 미국 툴레인대 교수는 "이 상이 분명 베네수엘라 내 갈등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더 끌고 아마 이를 해결하려는 결의를 더 불러일으킬 것"이라면서도 "이전 노벨상 수상자들의 사례로 볼 때 근본적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1994년 이츠하크 라빈,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지도자의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이 중동 분쟁과 관련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다.
로널드 크렙스 미 미네소타 대학교 정치학 교수도 권위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수여된 노벨평화상이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이 상이 베네수엘라의 민주적 변화를 가져올지 여부에 대해 "매우 의문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와 이란의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를 예로 들었다.
류샤오보는 201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지만 계속 수감된 상태로 있다가 7년 뒤인 2017년 사망했고, 중국은 이후 더 억압적인 국가가 됐다는 것이다.
에바디의 경우는 노벨평화상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게 돼 이란 당국의 박해로부터는 보호받을 수 있었지만 비슷한 처지의 인사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에바디의 노벨평화상 수상 때문에 더 심한 억압을 받았다는 게 크렙스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노벨평화상이 "더 큰 열의로 나설 수 있도록 인권운동가들을 고무시킬 수 있지만 동시에 억압적인 정권에게는 더욱 억압할 동기를 준다"며 "따라서 국내 정치적 변화를 옹호하는 이들에게는 궁극적으로는 해를 끼치는, 매우 문제가 많고 우려스러운 역학을 만들어낸다"라고 지적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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