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조선학회 기고문…"일관되고 장기적인 美정부 지원도 필수"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미국 산업 환경에 맞춤화한 조선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권효재 COR 지식그룹 대표는 최근 대한조선학회지에 기고한 '한국 조선 시스템의 해외 이전 조건'이라는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 대표는 "한국 조선업의 초격차 생산성은 설계, 시설, 공정, 인력, 생산전략 등 5가지 핵심 요소가 시스템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강력한 산업 클러스터와 고유한 역사적 경로 위에서 완성됐다"며 "한국의 생산 패러다임이 단순한 모방이나 단기적 투자로 복제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지금의 경쟁력을 갖춘 것은 장기간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현지 조선소 인수만으로는 미국에서의 성공이 보장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고도로 숙련된 인적 자본과 집적된 산업 생태계는 해외에서 찾기 힘든 한국 조선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권 대표는 강조했다.
권 대표는 "많은 후발 조선국이 한국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방했음에도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인적자본의 격차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고숙련 기능인 집단은 단기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과 맞물린 개발연대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산업 생태계와 관련해선 "울산, 거제, 부산을 잇는 동남권 해양산업 클러스터에는 세계적인 철강사, 엔진·기자재 업체, 전문 설계 엔지니어링 기업, 대학·연구기관이 밀집해있다. (반면) 미국은 존스법과 방산 위주의 산업 구조로 인해 상선 부품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가 매우 취약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권 대표는 미국의 제도적, 문화적 환경에 맞춰 변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 대표는 "한국이 현지 조선소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미국 조선업 재건을 시도할 경우 미국의 현실적 제약 조건을 고려한 선택적, 단계적 이식 전략이 필요하다"며 "예컨대 생산설계 역량 강화를 위한 디지털 트윈 도입, 특정 공정에 대한 선행화 기법 적용 등은 비교적 단기간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듈식 접근"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적자본 축적이나 산업 클러스터 구축과 같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연방 및 주 정부 차원의 장기적이고 일관된 산업 정책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한화그룹이 인수한) 필리 조선소 사례가 양국 간의 심도 있는 산업 협력과 학습을 통해 새로운 '하이브리드 생산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성공적인 선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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