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지정 박장연 성균관대 교수 논문 자진 철회에 절차 밟기로
재현성 논란 있었음에도 100선 지정 놓고 '형식적 심사'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정부가 매해 우수 연구성과 100개를 지정해 선정하는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이 도입 20년 만에 첫 취소 사례가 나오게 됐다.
국내 연구진이 뇌 활동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다고 발표해 주목받고 100선에도 오른 연구 결과가 추가 검증에서 재현성 논란 등을 겪으며 철회되면서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박장연 성균관대 교수의 관련 논문을 철회하면서 2023년 이 논문 성과를 토대로 지정됐던 100선 선정도 취소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수성과 100선은 심의를 거쳐 취소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공지가 돼 있다"며 "철회가 확정됐으니 총괄위원회를 통해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성과 100선은 범부처적으로 우수한 국가 연구개발(R&D) 성과를 선정하는 제도로 올해 20년 차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박 교수와 곽지현 서울대 교수, 이종호 서울대 교수 등 공동 연구진은 2022년 8월 뇌에 전극을 꽂지 않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만으로 신경 신호 전달을 추적할 수 있는 '다이애나'(DIANA) 기술을 공개했지만, 이날 자진 철회했다.
2023년 5월에 이 연구를 재현할 수 없다는 김성기 성균관대 교수의 연구가 발표되면서 논란이 일었고 사이언스도 이해 9월 "논문 제시 방법으로 재현이 어렵다"는 지적을 공개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연구팀은 사이언스 요청으로 추가 검증했지만, 뇌신경 활동처럼 보인 신호가 MRI 장비에서 발생하는 '잡음'일 가능성을 확인하고 논문 철회를 선택했다.
박 교수 연구팀은 별도로 이달 4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에 다이애나 신호가 특수한 MRI 신호 패턴인 유사 정상 상태(PSS)일 수 있다는 분석을 공개했다.
이들은 "PSS 진동이 DIANA 신호의 주요 원인이라면, 이를 감각 자극에 대한 신경 반응으로 해석하기에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며 "다이애나 신호와 뇌 활성화 간의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균관대에 따르면 박 교수는 외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논문 자진 철회가 연구 부정이나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논문 성과를 토대로 받은 우수성과 100선 등은 취소 절차를 피할 수 없게 됐다.
100선 수상자들은 과제 선정과 기관평가 등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으며 유공포상 후보자로 추천되는 혜택이 제공된다.
일각에서는 100선 선정이 2023년 11월 이뤄졌는데 앞서 5월부터 재현성 논란이 일었던 점을 두고 선정심사와 공개검증에서 이런 논란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진행된 것 아니냔 비판도 제기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논문이 공식 철회되거나 한 건 아니라 그대로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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