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업체 선택권 확대·수수료율 산정 기준 개선' 제안
배민·쿠팡이츠, 뚜렷한 대안 내놓지 않아…'점유율 경쟁' 탓
전문가 "플랫폼은 상생 위해 협조하고 국회는 입법 서둘러야"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자영업자의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한 배달앱 사회적대화기구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대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협의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31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을(乙)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가 주도하고 정부, 배달앱 플랫폼이 참여하는 배달앱 사회적대화기구는 지난 22일 킥오프 회의(첫 회의)를 거쳐 지난 29일 1차 회의를 했다.
을지로위는 배달앱 상생협의체가 작년에 내놓은 상생안이 미비하다고 보고 올해 초부터 배민과 쿠팡이츠를 각각 만난 데 이어 지난 22일부터 두 업체와 한 자리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을지로위는 두 차례 회의에서 배민과 쿠팡이츠에 입점업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제안했다.
입점업체가 주문 건당 배달앱에 내는 중개수수료율을 이용 서비스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요금제를 확대 개편하자는 방안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미국과 영국의 점유율 1위 사업자인 도어대시와 저스트잇 등과 마찬가지로 입점업체가 플랫폼의 주문 중개부터 음식 배달까지 모든 서비스를 필요로 할 때는 가장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주문 중개 서비스만 원할 때는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식이다.
현재 쿠팡이츠는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책임지는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입점업체 입장에선 더 저렴한 수수료를 내는 대신 직접 배달하거나 다른 배달 대행업체를 이용할 수는 없다.
배민은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책임지는 배민배달(한집배달·알뜰배달)과 상대적으로 수수료율이 낮은 대신 주문 중개까지만 서비스하는 가게배달을 운영 중이다.
다만 가게배달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가 배민배달보다 비싼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주문이 배민배달로 몰린다.
을지로위는 쿠팡이츠에는 배민의 가게배달과 같은 서비스를 도입할 것을, 배민에는 배민배달로 주문이 몰리는 현상을 개선해 입점업체의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각각 제안했으나 두 업체 모두 아직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아울러 을지로위는 중개수수료를 '연간 총 매출'을 기준으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내놨다.
현재 입점업체는 '배달 매출'에 따라 주문 금액의 2.0∼7.8%(부가세 별도)를 중개 수수료로 내고, 1천900∼3천400원의 배달비를 부담한다.
배민은 직전 3개월 매출을 기준으로, 쿠팡이츠는 매달 매출을 기준으로 각각 입점업체의 수수료율을 정한다. 각각 3개월, 1개월에 한 번씩 수수료율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을지로위는 입점업체의 연간 경영 계획 수립 등 편의와 매출의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 수수료율 기준을 '연간 총 매출'로 바꾸자고 제안한 것이다.
을지로위는 또 배달앱이 약관을 변경할 때 입점업체와 협상하는 절차를 제도화하고, '무료배달'에 따르는 배달비를 입점업체에 과도하게 전가하지 말라고 제안했으나 배민과 쿠팡이츠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민과 쿠팡이츠가 상생안 마련에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점유율 1위를 두고 눈치경쟁을 하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두 회사는 작년 배달앱 상생협의체 때와 마찬가지로 '점유율 경쟁에서 밀릴 수 있어 먼저 개선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통상 압박에 온라인플랫폼규제법(온플법) 제정이 쉽지 않아지면서 상생 논의도 동력이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명칭과 내용을 소폭 손질한 '갑을관계공정화법'을 통해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올해 정기국회 중점 처리 법안'에 담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상생에 이르지 못한다면 입법으로 배달앱의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배민과 쿠팡이츠의 상생 노력을 촉구했다.
배달앱 상생협의체 위원장을 지낸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입점업체의 부담을 줄여주지 않으면 결국 음식 가격이 인상돼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며 "점유율 경쟁과 마케팅에 소모되는 비용을 줄이고 상생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정부는 배민과 쿠팡이츠의 운영 행태에 불법 요소가 없는지 감시하고 국회는 자영업자가 오랫동안 염원해온 '입법을 통한 규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e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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