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집중투표제 반대·이사수 상한 찬성…고려아연-MBK 서로 "유리"(종합2보)
이사회 구성원 16명으로 제한 의견제시…영풍·MBK 측 4명 찬성
MBK "최윤범 측 이사회 추가 포함 반대한 것…우리가 참여"
고려아연 "이사 수 상한 시 영풍·MBK의 이사회 장악 불가능"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이슬기 기자 =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고려아연[010130] 임시주주총회 핵심 안건인 고려아연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집중투표제는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제안한 안건이다.
ISS는 또 이사 수를 19명으로 상한 설정하는 고려아연 측 안건에는 찬성했으며, 이사 후보로는 영풍·MBK파트너스 측 후보 4명 선임안에만 찬성했다. 나머지 영풍·MBK 연합이 주주 제안한 10명의 후보와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7명엔 전부 반대를 권고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S는 기관투자자들에게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이같이 의결권 행사를 권고한다는 의안 분석 보고서를 발송했다.
ISS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일반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에게 유리한 제도지만 이번 경우에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임시킬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영풍·MBK가 추진하는 이사회 개편이 약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사 수 상한 안건에 대해 ISS는 "이사 수 상한이 이사회 변화를 막는 것이라는 영풍·MBK 입장에 공감한다"면서도 "이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이사회 규모가 과도하게 확대돼 의사결정이 마비되고 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며 찬성했다.
ISS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고려아연 이사회는 현재 12명과 임시주총에서 추가로 선임될 7명을 비롯해 총 19명까지 늘어나게 된다.
다만 ISS는 이사 수를 총 16명으로 추천하고 영풍·MBK 측 후보 4명에게만 찬성 의견을 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2명으로, 영풍 측 장형진 고문을 제외하면 모두 최윤범 회장 측 인사로 분류된다.
ISS의 찬성 권고를 받은 후보는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인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사외이사 후보인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손호상 포스코 석좌교수,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005490] 미래기술연구원 원장 등이다.
그 외 나머지 영풍·MBK 측 후보들과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7명 전원에 ISS는 반대 의견을 냈다.
권순범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의 건에는 찬성했다.
ISS는 이 같은 권고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집중투표제가 채택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과반수 득표제로 영풍·MBK 후보 4명만 지지하는 것은 이사회 규모를 16명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SS는 영풍·MBK 측 이사 4명이 포함된 16명의 이사회가 현 이사회보다 민첩하고 기능적으로 운영되고, 새로운 시각과 활발한 토론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최 회장 측 인사로만 채워진 현 이사회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다고 봤다.
ISS는 특별히 김광일 부회장 등 4명을 꼽은 데 대해선 "영풍·MBK가 제안한 후보들 중 이들 4명의 후보가 이사회 기능과 경영 감독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관련 기술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ISS는 회장과 최고경영자(CEO)를 분리하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하는 등 최근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지만 이는 할인된 주식 발행(유상증자)에 대한 실수 이후 불만을 품은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사후 조치로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한편, 이 같은 ISS 보고서를 놓고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 측은 아전인수식의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고려아연은 ISS가 이사 수 상한 안건에 대해 찬성한 것과 관련, "ISS의 권고대로 이사 수 상한이 이뤄지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는 MBK와 영풍의 이사회 장악은 불가능해진다"며 "그런 점에서 (ISS는)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고려아연은 또 "ISS는 고려아연의 투하자본수익률(ROIC)이 지난 몇 년간 동종업계 중앙값을 초과하는 성과를 보였고, 고려아연이 상대적으로 적게 투자했는데도 우수한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영풍·MBK가 지속적으로 비난하는 이그니오홀딩스에 대해서도 ISS는 '현재로선 평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밝혔다.
반면, MBK 측은 ISS는 보고서에서 이사회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영풍·MBK 측 주장에 대체로 손을 들어줬다고 판단했다.
영풍·MBK 연합은 이번 ISS의 권고에 대해 "고려아연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더 이상 최 회장 측 이사진이 포함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미"라며 "MBK·영풍 측 후보들이 이사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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