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나마 운하 눈독에 '앞마당 중국 입김 경계' 해석
中에 자치권 거의 빼앗긴 홍콩 기업이 운하 끝 항만 운영
美정부내 中 전략적 활용 우려…정보탈취·군사작전 동원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파나마 운하 반환을 반복 거론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군사력 동원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파나마 측은 운하 주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며 반박하는 등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파나마 운하 반환을 주장하는 배경으로는 미국이 앞마당으로 여기는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 또는 경제적 강압을 배제할 수 없다며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25일에도 트루스소셜에 "파나마 운하를 정성스레, 하지만 불법으로 운영하는 중국의 훌륭한 군인들"에게 크리스마스를 축하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파나마 운하는 중국군이 아닌 파나마 정부 기관이 운영한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에는 중국을 포함해 그 어떤 외국 병력도 주둔하지 않는다고 반박해왔다. 그는 통과 선박이나 방문자 센터에 있는 사람들 말고는 "운하에 중국인은 없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실제 파나마 운하를 포함해 전 세계 운송 및 항만에 미치는 중국 기업과 정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국 정부 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미 당국자들의 우려는 파나마 운하 양 끝에 위치한 두 개의 항만에 집중돼 있다. 이 항만은 수십년간 홍콩에 본사를 둔 CK 허치슨 홀딩스의 자회사가 운영해왔다. CK 허치슨은 네덜란드, 영국 등 24개국에서 53개 항구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항만회사다.
CK 허치슨은 홍콩 억만장자 가문이 대주주인 상장기업으로, 중국 정부 소유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국가안보법을 홍콩까지 확대 적용하고, 최근에는 공급망을 무기화할 의지를 보이는 등 안심할 수 없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이로 인해 미국 당국자 사이에선 중국 정부가 민간 기업에 영향을 미쳐 전시 상황에서 상업 및 군사 화물 운송을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컨설팅 기업 '전략 리스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CK 허치슨과 중국 공산당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 회사가 파나마 운하 항만을 관리하는 것과 관련해 중국 모회사와 중국과의 관계로 인해 보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홍콩 기업인 CK 허치슨은 중국 관할하에 있다. 기업들에 정보 수집이나 군사 작전 지원을 요구하는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는 얘기다.
CK 허치슨은 또 자회사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 최대 방위기업 중 하나인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와 함께 부동산 합작 투자사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마이클 웨슬 미중경제안보심의위원회 전 위원은 미 군수 화물의 90%가 상업용 선박으로 운송된다며, 정부가 특정 지역에서 작전을 강화할 때 항만 운영자들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화물 보안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미국 정부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평가를 피할 수 있는지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나마는 2017년 대만과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과 관계를 강화했지만, 기본적으로 친미 성향으로 분류된다.
대만과 단교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8년 파나마를 처음으로 국빈 방문해 무역, 인프라 등에서 돈 보따리를 안겼다. 당시 파나마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 투자가 급증하자 파나마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반도체 산업 확대를 위해 미국과 협력을 강화했다.
작년 7월 취임한 물리노 대통령은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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