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밀리고 전기차에 뒤지고…결국 합병 공식화한 혼다·닛산
내년 6월까지 협상에 난관도…성사되면 글로벌 3위 업체 도약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본 2위와 3위의 자동차 제조사인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23일 합병 추진을 공식화했다.
가장 큰 배경으로는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는 가운데 기존의 경영 효율화 노력만으로는 중국 BYD(비야디)나 미국 테슬라 등 해외 업체에 시장을 빼앗기고 기술 경쟁에서도 뒤지는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나 BYD 등은 EV와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서 경쟁력을 보이며 점유율을 넓혀왔다.
실제 혼다, 닛산 양사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합병 추진 이유로 자동차 산업의 환경 변화를 꼽았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해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는 가운데 판매 점유율을 늘리는 목적만으로는 100년에 한 번으로 불리는 변혁기를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도 지능화, 전동화 등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흐름을 거론하면서 "양사가 모빌리티 변혁을 이끌어가는 존재가 되려면 일부 분야가 아니라 대담한 변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과의 경쟁 격화로 이미 산업 판도 변화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닛산은 연간 세계 생산능력이 2020년 700만대였으나 이미 500만대 이하로 떨어졌으며 지난 11월에는 실적 부진 끝에 세계 생산능력의 20%와 직원 9천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사상 처음으로 자국 내 공장 폐쇄를 고려하고 있으며, 미국 포드도 지난달 4천명 해고 계획을 발표했고,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는 실적 부진 속에 최고경영자(CEO)를 해임했다.
양사가 이날 발표한 계획대로 경영 통합이 추진되면 일단 한국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글로벌 완성차 3위 그룹이 된다.
작년 기준으로 혼다는 세계에서 완성차 398만대를 판매해 세계 7위, 닛산은 337만대를 팔아 세계 8위였다. 두 업체를 합치면 735만대에 달한다.
1위 도요타(1천123만대)와 2위 독일 폭스바겐(923만대)에는 못 미치지만 3위인 현대차그룹(730만대)을 뛰어넘어 세계 3위 자동차 그룹으로 올라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혼다와 닛산은 2026년 8월 상장회사로서 새로 설립할 지주회사 산하에 들어가는 형태로 경영 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다. 양사는 지주사의 자회사가 되며 각각 상장도 폐지할 계획이다.
협상은 내년 6월 최종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 큰 틀의 계획에 합의를 보기는 했지만, 협력사 재구축 등 복잡한 문제가 맞물려 있는 만큼 성사를 단언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미베 혼다 사장은 "경영통합 검토를 정식으로 개시하는 단계이지 실현까지는 논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며 "솔직히 말하면 성취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과거 닛산 회장을 지낸 카를로스 곤은 양사 합병 추진에 더욱 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곤 전 회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양사 기술 등이 중복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통합이 실현되더라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그는 오히려 전기차 시장 진출을 추진해 온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의 닛산 인수 추진설에 대해 "매우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폭스콘 측이 닛산 지분 36%를 보유한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를 상대로 지분인수 협상을 벌이기 위해 대표단을 파견하기도 했으나,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추진하면서 당분간 지분 인수 추진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지난 20일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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