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 중간선 신경전 가열…'무력분쟁' 경고음 잇따라
美, 1955년 양안 사이에 '경계선' 그어…현상유지 고수
中, 대만 독립성향 차이 前총통 취임 직후 "중간선 없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지난 2020년 9월 21일 당시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대만은 분할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분"으로 "소위 대만해협의 중간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는 중국 군용기들이 대만해협 중간선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대만 군용기들이 긴급 대응 출격에 나서는 등 양안 사이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였다.
게다가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차관이 대만을 방문해 당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면담하고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의 추도식에 참석하는 등 중국과 대만, 그리고 미국이 얽힌 신경전도 가열됐다.
크라크 차관은 1979년 미국과 대만의 단교 이후 40여년 만에 대만을 방문한 최고위 국무부 관리였다.
왕 대변인은 "대만 독립 지지는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중국의 핵심이익을 훼손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는 중국의 강한 반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만해협은 중국 남동부 푸젠(福建)성과 대만 사이의 길이 400㎞, 넓이 150~200㎞의 바다로 전략적 요충지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한 장제스가 대만으로 들어오자 미군은 양안 충돌을 막고자 1955년에 해상 중간선을 그었다.
당시 벤저민 데이비스 미국 공군 장군이 경계선을 그었다고 해서 '데이비스 라인'으로도 불린다. 1954년 12월 체결된 미국과 대만간 상호방위조약의 후속 조치였다.
중국으로서는 '앞바다'로 여기는 대만해협을 장악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뼈아팠다. 중국은 1958년에는 대만 진먼다오(金門島)와 마쭈다오(馬祖島)를 점령하기 위해 47만발의 포탄을 퍼부었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미국이 제7함대와 최신예 전투기를 동원해 제해권과 제공권을 장악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중간선 개념을 토대로 "대만해협은 상당부분이 공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달에 한번 꼴로 함선을 통과시켰다. 중국을 견제하고 대만을 수호하겠다는 무력시위의 성격이 짙었다.
세계 최강 미국의 무력하에 중국도 이를 묵인할 수 밖에 없었다. 일종의 '현상 유지' 차원이었다.
1999년 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약 20년간 중국 군용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는 사례가 없었다. 중간선이 양안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충실히 해온 것이다.
하지만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차이잉원 총통의 취임 이후 중국은 태도를 바꿨다. 왕원빈 대변인의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대만해협 관할권을 중국이 갖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대만해협 문제는 미국의 세계패권에 중국이 도전하는 양상이 두드러지면서 갈수록 첨예해졌다. 대만해협의 국제법적 지위 논쟁은 물론이고 양안 사이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올 1월 대만 총통선거가 다가오면서 중국 전폭기와 무인기 등의 중간선 침범이 있었고, 그때마다 대만은 강력히 반발했다.
대만해협에서의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이는 양안 문제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줄 사안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대만 주재 미국대사 격인 레이먼드 그린 미국재대만협회(AIT) 타이베이 사무처장은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전세계 GDP(국내총생산)의 10%인 약 10조 달러(약 1경4천495조원)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대만 언론들이 22일 보도했다.
그린 처장은 특히 전세계 컨테이너선의 절반이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첨단 반도체의 70%가 대만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강조한 뒤 중국의 도발 행위 중단과 대만의 자기방어 능력 강화를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내년 취임 직후부터 강력한 중국 압박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간 패권경쟁과 함께 중국과 대만간 양안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 여파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정세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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