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인상 예상 뒤집고 기준금리 연 21% 유지(종합)
푸틴 "균형잡힌 결정" 촉구 하루 뒤…재벌 고금리 불만 영향 분석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가 인상되리라는 전망과 달리 연 21%로 유지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21%로 유지하되 차기 회의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을 평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보도자료에서 "통화 조건은 지난 10월 금리 결정 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엄격해졌다"며 "이는 통화정책에서 독립적인 요인들이 일으킨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 금리가 상당히 상승하고 신용 활동이 냉각하면서 통화 조건이 긴축돼 현재 물가 상승과 높은 내수에도 인플레이션을 다시 완화하는 과정이 되고 인플레이션을 목표한 대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전제조건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매체 RBC는 대부분의 경제분석가가 러시아의 기준금리가 연 23%나 그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CNBC 등 서방 매체들도 러시아 기준금리가 연 23%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수행을 위해 막대한 정부 예산으로 지출을 늘린 여파로 물가가 상승하자 기준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는 정책을 펼쳐왔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기존 연 7.5%에서 8.5%로 인상한 이후 지속해서 기준금리를 올려왔다. 지난 10월에는 연 19%에서 21%로 2%포인트 인상했다.
이번에 동결하기는 했지만 연 21%는 여전히 러시아 기준금리 역대 최고치 수준이다. 기존 최고치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개시 직후의 연 20%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연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인플레이션 상승이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인정했다.
전날 푸틴 대통령은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금리를 어떻게 할지 말해주지 않았다면서 "중앙은행의 결정이 균형 잡히고 오늘날의 요구에 부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영향력 있는 러시아 재벌들의 압력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철강 재벌 알렉세이 모르다쇼프, 방산업체 로스테흐의 세르게이 체메조프 최고경영자(CEO) 등은 최근 고금리 탓에 기업 운영과 산업 발전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나비울리나 총재에게 자율권을 줬지만 기업의 압력이 무시하기에는 너무 커졌다고 지적했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우리 정책에 대한 비판은 고금리 및 금리 인상 시기에 더 심해진다"며 "우리는 상황에 대한 평가와 예측에 따라 결정한다"며 압박설을 부인했다.
그는 지난 10월 기록적인 수준으로 금리가 인상되면서 기업에 대한 대출이 예상보다 더 긴축됐다면서 내년 2월 14일로 예정된 차기 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꽤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현재 9.5%인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율이 내년에는 목표치인 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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