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경영권분쟁 4인연합 우위확보…박재현대표 해임안 부결(종합)
임시주총서 형제 측 이사회 장악 시도 실패
박 대표 "소모적 분쟁 끝내야…한미사이언스, 고소·고발 취하해달라"
"양측, 내년 정기주총 앞두고 타협 모색할 수도" 관측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 '4인 연합'이 한미약품[128940] 이사회에서 우위를 유지하며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등 '형제 측'과 벌여온 경영권 갈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 모양새다.
19일 오전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제안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및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 해임 건이 부결됐다.
이들의 해임을 전제로 하는 박준석·장영길 사내이사 선임 건도 부결됐다.
이사 해임은 특별결의안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날 표결에 따라 한미약품 이사회 구도를 기존 4(형제 측)대 6(4인 연합)에서 6대 4로 개편하려던 형제 측 계획은 무산됐다.
그간 형제 측은 4인 연합 측 인사인 박 대표와 신 회장을 해임하고 형제 측 인사로 분류되는 박 사내이사와 장 사내이사를 한미약품 이사회에 진입시켜 경영권을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한미약품 이사회 구도는 4인 연합 측 6명, 형제 측 4명으로 4인 연합이 우위를 유지하게 됐다.
이날 박 대표 외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임종윤·종훈 형제 등은 임시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이날 임시주총이 끝나고 진행한 간담회에서 "이번 임시주총 결과를 통해 소모적 다툼보다는 회사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고민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권 분쟁을 빨리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독립경영 방침에 대해서는 "독립경영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한미사이언스와의 위탁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며 독립경영이 '완전한 분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이 최근 고발전으로 비화한 데 대해서는 "한미사이언스 측이 고소·고발을 취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 구도는 4인 연합 측 5명, 형제 측 5명으로 동률이다.
4인 연합은 앞서 지난달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구도를 기존 4(4인 연합)대 5(형제 측)에서 6대 5로 뒤집으려 했지만, 이사 수를 확대하는 정관변경의 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이사회 구도는 5대 5 동수로 재편됐다.
당시 4인 연합과 형제 측 누구도 완승하지 못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이날 임시주총 이후에도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릴 경우 내년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까지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번에는 양측이 내년 정기주총을 앞두고 타협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주식 매각으로 지분이 줄어들고 있는 형제 측이 내년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강력한 우군을 확보하지 못하면 가족 간 타협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임종윤 사내이사는 지난 13일 한미약품 임시주총 철회를 제안하며 경영권 분쟁 장기화를 막자고 주장하는 등 '화해 제스처'를 취한 바 있다.
송 회장, 임 부회장 모녀도 지분을 사준 '우군' 신 회장과 킬링턴이 더 큰 이익을 위해 돌아설 가능성을 고려해 형제 측과의 재결합에 우호적으로 바뀔 수 있다.
업계는 한미약품그룹이 경영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가족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한미약품의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1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1.4% 감소했고, 한미사이언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7.2% 줄어든 224억원으로 집계됐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지난 10월 말 5만2천원 선에서 경영권 분쟁 심화 및 탄핵 정국 관련 증시 불안정 등 여파로 최근 2만9천원 선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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