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25년만의 위기에 혼다 손잡기로…도요타 대적 가능할까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25년 만의 경영난에 직면한 닛산이 혼다와의 합병 추진 등을 통해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 2·3위 자동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의 지난해 판매량 합계(총 735만대)는 세계 3위 현대차그룹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이들이 이번 협력을 통해 일본 1위 도요타에 대적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 닛산, 상반기 순이익 94% 급감…2026년 대규모 부채 만기
18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닛산은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의 약진 속에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고전해왔다.
닛산은 지난달 실적 발표 당시 이번 회계연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5천억엔(약 4조6천800억원)에서 1천500억엔(약 1조4천억원)으로 70% 하향한 바 있다. 닛산의 상반기(4∼9월) 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94% 급락했다.
닛산은 지난달 생산능력의 20%와 직원 9천명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닛산은 매출 부진으로 지난 6월 중국 창저우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2027년까지 판매량을 100만대 늘리겠다고 공언했다가 지난달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닛산과 그룹사의 부채 만기도 부담이 돼왔다.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내년 만기도래하는 부채는 16억달러(약 2조3천억원)로 올해보다 소폭 줄지만 2026년에는 56억달러(약 8조원)로 급증하기 때문이다.
혼다와의 협력 보도로 닛산 주가는 이날 23.7% 급등했지만, 2019년 12월 1일 우치다 사장 취임 이후를 기준으로 하면 47% 급락해 반토막 난 상태다.
닛산의 이번 경영난은 1999년에 이어 25년 만이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1991년 6.6%로 정점을 찍은 뒤 1998년 4.9%까지 하락,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인 바 있다.
당시 닛산은 프랑스 르노와의 제휴를 택했으며 카를로스 곤의 주도 아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후 닛산은 반등에 성공했지만 곤 회장은 2018년 보수 축소 신고 혐의로 일본에서 체포됐다가 보석 석방됐다. 그는 이후 2019년 12월 악기 상자에 몸을 숨긴 채 항공편으로 극적으로 일본을 빠져나왔고, 자신이 닛산 경영진들이 꾸민 음모의 희생자라고 주장해왔다.
◇ "중국업체 도전 직면"…합병·자본제휴·지주사 등 거론
혼다의 아오야마 신지 부사장은 닛산과의 합병, 자본 제휴, 지주회사 설립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복수의 익명 소식통은 양사가 합병을 위한 예비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혼다와 닛산은 지난 3월 포괄적 협업을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8월 여기에 닛산이 지분을 보유한 미쓰비시자동차도 합류하기로 한 바 있다.
혼다와 닛산은 양해각서 체결 이후 논의를 거쳐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과 전기차(EV)의 구동장치 부품 공통화 등에서 협력할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토추연구소의 후카오 산시로는 이번 사안은 닛산을 구제하는 데 방점이 있는 것 같지만 혼다 역시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면서 "내년 혼다의 현금흐름이 나빠질 예정이고 전기차 부문도 순조롭지 않다. 혼다도 대폭 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사가 '함께 하면 간신히 해낼 수 있을 것' 정도로 생각한다면 더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로카이도쿄정보실험실의 스기우라 세이지 애널리스트는 "혼다는 내부적으로 견해가 갈릴 것이며 모두가 합병을 찬성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이는 일본 자동차 업계에 좋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일본 자동차 업계가 중국 업체 및 테슬라 등과 경쟁해야 한다"면서 "양사와 도요타의 건설적 경쟁 관계는 정체된 일본 업계에 긍정적"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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