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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배터리 소재 관세 부과 검토에 전기차·배터리 업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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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배터리 소재 관세 부과 검토에 전기차·배터리 업계 촉각
로이터, 트럼프 정권 인수팀 문건 보도…"예상은 했지만 차질 불가피"
"미국 내 투자 늘려 부정적 영향 적을 것"…전기차 판매 전략 수정 필요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동규 김보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전기차 보조금 등 지원을 대폭 축소하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에 국내 전기차·배터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조금 축소와 관세 부과 확대 등은 이미 예상됐던 부분인 데다 그간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를 늘려온 만큼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만큼 향후 경영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 인수팀은 전 세계의 모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해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고, 이후 동맹국들과는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정권 인수팀의 내부 문건을 토대로 인수팀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배터리와 핵심 광물, 충전부품 등 '전기차 공급망'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對美) 양극재(MTI 228 기준) 수출은 올해 11월까지 17만2천500t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1% 증가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배터리 소재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국내 소재 기업들의 미국 수출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미국 내 공장에서 배터리를 만드는 국내 기업들도 한국에서 생산된 소재를 수입하는 데 드는 비용 증가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받기 위해 북미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배터리 소재 업계는 우려가 커진 모습이다.
이미 미국 수출을 위해 북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보조금은 깎이고 관세 부담이 커지면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은 북미 IRA 투자 적격을 받기 위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캐나다에 배터리 양극재 합작 공장 건설을 추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연산 3만t 규모로 건설하는 이 합작 공장은 지난 9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현지 여건을 이유로 완공이 다소 미뤄지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4월에는 일본 자동차업체 혼다와 캐나다에 양극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북미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미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과 중국 배제 구조는 이전 정부에서도 있었고 트럼프 2기에서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됐던 부분인 만큼 크게 우려할 내용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부품과 광물에 대한 관세를 올린다거나 미국 투자 기업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접근을 한다는 내용은 예상 범위 내의 변화"라며 "미국 내 투자를 많이 진행해온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그리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다소 모호해 향후 구체적인 논의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흑연과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원료 공급망을 중국이 다 쥐고 있는데 곧바로 탈피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전 세계 공급량의 75%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콩고의 코발트 광산 중 90%를 중국이 소유하고 있다. 반면 2022년 기준 핀란드(10%)와 캐나다(4%), 노르웨이(2%) 등 전세계 주요국의 코발트 생산량은 10% 이하다. 특히 미국은 코발트 수요의 6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소재 음극재의 주원료인 흑연 역시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중국이 작년 세계 흑연 공급량의 약 77% 차지했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중국산 흑연으로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도 IRA에 따른 보조금을 2년간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도 흑연에 대해 2년간 유예를 해줬는데 이 같은 조치와 (인수팀의 제안은) 상충하는 면이 있다"며 "당장 흑연 생산 공장을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중국 원소재에서 어떻게 탈피할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미국 현지화를 강화하고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 고심하고 있다.
황 부연구위원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중국산에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 등 동맹국에는 낮은 관세를 부과한다면 적지 않은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있어 관세는 국내 기업에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수팀은 이와 함께 IRA에 근거한 최대 7천500달러 규모의 보조금(소비자 세액 공제)을 폐지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충전소 건설에 투입하려던 75억 달러 중 남은 예산을 배터리·소재 가공과 '국가 안보 공급망 및 중요 인프라'에 사용할 것도 요구했다.
미국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은 지급 요건이 까다로워 한국 등에서 수출되는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혜택을 받지 못해 아직은 큰 여파가 예상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보조금 수령을 위해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던 만큼 보조금이 폐지될 경우 경영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IRA에 근거한 전기차 세액공제가 폐지되면 미국 내 연간 전기차 등록 대수가 세액공제 유지시와 비교해 31만7천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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