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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R&D, 5∼10년뒤 성과 나오는데 평가는 2달 후에"
혁신도전형 R&D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연구자들 성토
"블록펀딩·불용예산 이월 필요"…과기정통부 "재정당국과 적극 협의"


(세종=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혁신적 연구개발(R&D) 사업을 하면 성과가 나타나는 데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데 평가는 과제 종료 2달 후에 한다. 5~10년 후에 사업을 평가해야 하는데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
"국가대표급 프로그램 매니저(PM)를 뽑는데 블라인드 채용으로 뽑는다. 이게 맞는가 싶어 감사원에 사전 컨설팅을 요청했다."
'혁신도전형 연구개발(R&D) 사업'(APRO)에 참여 중인 연구자들은 16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최한 '혁신도전형 R&D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국내에 혁신도전 R&D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성토했다.
APRO(앞으로) 사업은 정부 부처 사업 중 최초 혁신 기술로 최고 수준 목표에 도전하는 혁신도전 R&D를 선별해 육성하는 사업이다.
PM에 연구 전권을 부여하고 연구평가를 정성평가로 진행하는 등 기존 R&D사업과 다른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도입됐으며 올해 9개 부처 35개 사업이 선정됐다.
이날 연구자들은 혁신도전 R&D가 기존 R&D와 너무 다른데도 여전히 기존 제도에 묶여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보건의료고등연구계획국(ARPA-H)을 모방해 9년간 1조1천628억원을 투입하는 '한국형 아르파-H' 사업을 운영하는 선경 K-헬스미래추진단장은 PM 선정이 가장 중요한 사업인 만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 단장은 "혁신도전 사업에 공공기관 블라인드 제도를 도입해 PM을 뽑는 게 맞는지 감사해달라 했고 결과보고서가 곧 나온다"며 "다른 혁신사업에서도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제도도 기존 사업과 다르게 운영해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송영훈 한계도전프로젝트 플라즈마사업단 단장은 "대부분 혁신도전 사업은 특성상 사회가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연구를 하게 된다"며 "외국 기술을 모방할 때는 정량적 목표가 있지만 이런 사업은 성과가 사회에 수용되는 데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PM에 권한을 주려고 해도 현재 R&D 예산 구조에서 유연성 확보가 어려운 만큼 블록펀딩 방식으로 예산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영진 한국연구재단 한계도전전략센터장은 "혁신도전 사업은 기술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므로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재 예산은 과제 수에 단가를 곱해 연구비 예산을 산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PM이 발굴한 연구주제 따라 연구 규모가 달라지면 실제 집행에서는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러면 국회에서 결산할 때 엄청나게 혼난다"며 "제대로 된 유연성을 확보하려면 연구단위에서 블록펀딩 형태로 예산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집행에서도 사업을 하는 중 과감하게 사업을 던지며 불용 예산이 생길 수 있는데 남는 예산은 과감히 차년도에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현재 재정법은 사업단위 예산 이월을 예외 상황이 아니면 허용하지 않는데 이런 부분을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고 짚었다.

과기정통부는 연구개발혁신법 내 조항을 적극 활용해 현장 요청에 대응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안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우진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책조정과장은 "사업 관리 권한을 늘리거나 연구 조기 종료 및 재도전 등 혁신법 내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해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불용 예산 이월이나 잘하는 과제에 예산을 늘려준다거나 하는 부분은 재정 당국과 지속적 협의를 통해 내년에도 집중해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PM의 연구행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기획이나 산업화 등에 활용하는 연구행정 전문가인 '앞으로 파트너스'도 내년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 과장은 설명했다.
shj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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