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간첩' 언급 尹담화 파장…한중관계 개선흐름에 악재되나
中정부 "불만" 입장 표명 이후 관영지 "근거 없다" 비판
글로벌타임스 "대중 관심 전환 의도"…시진핑 방한 추진에도 영향 '촉각'
(서울·베이징=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정성조 특파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 연루 간첩 사건 등을 거론한 것이 중국 내에서 파장을 일으키면서 한중관계 개선 흐름에 악재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은 이번 담화에서 2년 이상 한국 내 군사시설들을 촬영한 중국인 3명이 최근 적발된 일과 지난달 드론으로 국가정보원을 촬영하다 붙잡힌 40대 중국인 사례를 들며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의 탄핵 정국에 대해 '내정'이라며 말을 아껴왔던 중국 정부는 한중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에 나섰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측 언급에 깊은 놀라움(意外·뜻밖)과 불만을 느낀다"며 "이는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에 이롭지 않다"고 밝혔다.
마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거론한 사건들에 대한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 삼림을 파괴할 것"이라는 윤 대통령 주장에 대해서도 "중국의 녹색 산업 발전은 세계 시장의 수요와 기술 혁신, 충분한 경쟁의 결과"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 담화 가운데 중국 관련 내용만 쏙 뺀 채 전달했던 중국 매체들도 중국 정부 입장 발표 이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3일 "불만을 느낀다"는 마오 대변인의 말을 전하면서 "윤 대통령의 중국 관련 발언은 논리적으로 근거가 없다.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한국 전역의 산림을 파괴한다는 비난도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 전문가 말을 인용해 윤 대통령 발언에 대중의 관심을 탄핵에서 돌리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지융 푸단대 한국연구센터 소장은 글로벌타임스에 "탄핵 압박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반복적 언급과 한국의 안보 위협 주장이 담긴 윤 대통령의 담화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파 지지층을 결집하고 계엄령 선포에 대한 정당성을 만들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 산하 잡지 '환구' 류훙 편집장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牛彈琴)은 중국 정부의 반응에 대해 "사건의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터무니없는 '중국 간첩'을 과장해 말하는 것은 책임 있는 지도자의 행동이 아니라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담긴 뜻은 중국은 적국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중국이 한국을 '일방적 무비자' 대상에 포함한 데 이어 남미에서 열린 다자 정상회의 무대에서 2년 만의 한중 정상회담 성사되는 등 한중 관계는 최근 개선 흐름을 탔으나 윤 대통령의 돌출 발언으로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재 그렇지 않아도 탄핵 정국으로 인해 주중대사 교체 일정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후임 주중대사로 내정돼 정식 부임을 눈앞에 뒀던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중국행이 무산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 윤 대통령의 발언을 포함한 한국의 정치적 긴장이 탄력이 붙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추진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앞서 시 주석은 내년 10월 말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1년 만에 방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었다.
김영준 주상하이총영사는 지난달 28일 "내년 APEC 정상회의가 있으니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여러 현안이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감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도 지난 9월 중국을 방문한 한국 여야 의원단에 내년 APEC 정상회의가 시 주석의 방한에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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