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불사한 CJ온스타일…TV 송출수수료 강경 입장 배경은
"모바일 전환에 따른 'TV 손절' 움직임"…실적 위기감도 반영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TV홈쇼핑사 CJ온스타일이 송출 수수료 갈등을 빚는 케이블TV 업체에 방송 송출을 중단하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처가 수익성과 고객 확보에 유리한 모바일로 방향을 트는 CJ온스타일의 사업 전략 아래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이 딜라이브와 아름방송, CCS충북방송 등 3곳에 송출 중단을 예고한 것은 지난달 1일이다.
송출 종료일을 이달 1일 자정으로 못 박아 한 달간의 시간을 둔 것이다.
이를 두고 처음에는 CJ온스타일이 수수료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자 그동안 해오던 것처럼 '벼랑 끝 전술'을 쓰는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지난해까지 여러 TV홈쇼핑사가 케이블TV를 포함한 일부 유선방송사업자와 수수료 협상을 타결짓지 못해 송출 중단을 예고했지만, 실제 '블랙아웃'까지 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출 중단 예정일이 다가오면서 업계 분위기도 차츰 긴박해졌다.
CJ온스타일은 송출 중단 하루 전까지 50% 이상 수수료 인하라는 조건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고 한다.
경쟁사 사이에서는 일찌감치 CJ온스타일의 협상 태도가 한층 강경해졌다는 관전평이 나왔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블랙아웃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CJ온스타일의 협상 상황을 예의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블랙아웃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불사하고서라도 이번에는 양보할 수 없다는 게 CJ온스타일의 입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끝내 협상은 결렬됐고 블랙아웃은 현실이 됐다.
업계 내부에선 CJ온스타일이 이처럼 올해 수수료 협상에서 '임전무퇴'의 강성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해 '모바일 퍼스트'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CJ온스타일은 코로나19 호황이 끝난 후 TV 시청률이 뚝 떨어지고 성장이 정체되자 모바일 중심 사업 재편을 서둘러왔다. 이른바 '탈TV' 전략이다.
올해는 재편 속도가 더 빨라졌다. 지난 8월에는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선보이며 TV홈쇼핑이 아닌, 모바일 홈쇼핑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CJ온스타일의 온라인 취급고(거래액) 비중은 56.0%로 이미 TV를 넘어섰다.
모바일 커머스 방송이 매년 꾸준히 성장하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온라인-TV 간 취급고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배경에서 업계에선 CJ온스타일이 송출수수료 협상을 활용해 사실상 저수익 케이블TV를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고 이번 송출 중단이 그 첫 본보기가 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CJ온스타일의 이러한 행보 이면에는 실적 위기감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CJ온스타일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3천378억원으로 전년(1조3천554억원) 대비 1.3% 줄었다. TV와 모바일 모두 매출이 각각 6.3%, 3.8% 감소하면서 고전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도 693억원으로 4.1% 감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20년 이래 3년 내리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영업이익은 2020년(1천792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다.
경쟁사인 GS샵이 지난해 1조1천311억원대 매출에 1천17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과도 비교된다.
이 때문에 CJ온스타일은 올해 내내 모바일 전환을 통한 수익성 개선 작업과 동시에 고강도 '군살 빼기' 작업을 진행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TV홈쇼핑사 입장에서 수수료 인하는 모바일 전략 측면에서도, 수익성 측면에서도 양보하기 어려운 카드"라며 "올해 남은 협상은 물론 내년 협상도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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