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거듭된 '나토 탈퇴' 위협…달라진 美전략 산물
'거래중심적 외교' 토대로 핵심동맹국에도 '분담' 압박
'역내문제는 해당국가 스스로 해결'…美는 中압박 주력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미국은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했다. 자국을 정점으로 한 세계자본주의 체제를 공고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에서의 자본주의 부활과 강화를 도모하는 한편 급성장한 소련과 공산주의 팽창을 막기 위해 군사적 동맹체제를 구축했다.
미국이 유럽에서 거점으로 삼은 국가는 독일이었다.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당면과제는 전후처리와 평화체제 구축이었다.
미국은 우선 마셜 플랜과 다양한 원조를 통해 경제적 안정을 도모했다.
그리고 독일의 분단 속에 미국은 유럽의 동맹국들을 집단안보체제로 묶어냈다. 1949년 4월 체결된 북대서양조약(North Atlantic Treaty)을 토대로 한 나토(NATO)를 말한다.
조약의 핵심조항, 5조에서 동맹국들은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것과 각 동맹국은 공격에 대응하여 "무력의 사용을 포함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조치를 취한다"에 동의했다.
1949년 소련의 핵실험 성공, 1950년 한국전쟁 발발로 동서 냉전구조는 더욱 확고해졌고, 그럴수록 미국에게 나토의 존재감은 커졌다.
냉전이 붕괴된 이후에도 나토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1991년 나토는 북대서양 협력이사회를 설립했다.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나토 가입국은 확대됐다.
현재는 유럽과 북미 지역 32개 회원국들의 정치 및 군사동맹으로 자리잡았다. 그 중심국가는 세계최강 미국이다.
그런데 그런 미국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8일(현지시간) 방영된 NBC 인터뷰에서 취임 후 미국이 나토에 계속 남아있을 것인지를 묻는 말에 다시 한번 '탈퇴 가능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만약 그들이 미국을 공정하게 대우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나토 탈퇴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absolutely)"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시절이던 2018년 7월 나토 정상회의 때도 나토 탈퇴를 위협했었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대통령이 나토를 탈퇴하려면 상원 3분의 2이상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이 법안만으로 트럼프를 막을 수 없다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공식 탈퇴가 아니더라도 트럼프가 마음만 먹으면 나토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약화시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군의 나토 합동군사 훈련 참가를 막는 등 다양한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가 취임 이후 방위비 압박 등을 수단화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간 관계가 달라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또 트럼프의 이런 행보는 동맹국에도 안보 무임승차는 안된다는 '거래 중심적 외교'라는 기존 공약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지만 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오랜 세월 '세계 경찰' 역할을 해온 미국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특히 유럽과 중동 문제에 있어 역내 국가가 스스로의 역량으로 해결할 것을 주문하는 동시에 미국은 패권도전에 나선 중국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 바탕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를 주도해온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흔들리고 중국의 패권도전 속에 점차 다극질서가 형성되는 국면으로 평가하고 있다.
lw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