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재점화…푸틴 비호받는 '중동의 불사조' 위기
우크라·가자·레바논 전쟁 여파에 아사드 정권 시험대
반군, 4년 버티다 내준 거점들 나흘 대반격으로 탈환
러, 화력지원 개시한듯…美 "우리와 관계없는 공격" 관망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시리아 반군이 8년 만에 알레포를 기습 탈환하면서 2011년 이후 14년간 이어져 온 내전의 판세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반군이 과거 수년간 버티다가 내준 거점을 순식간에 되찾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중대한 위기에 몰렸다. 위기 때마다 구원에 나선 러시아, 이란은 다른 전쟁 탓에 예전 같지 않다.
30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시리아 반군이 27일부터 수년 만에 가장 격렬한 기습 공격을 가해 나흘 만에 알레포 대부분 지역을 손에 넣었다.
반군은 또 이들리브와 하마의 일부 지역도 점령한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글로벌 매체들에서는 이런 상황이 알아사드 정권에 중대한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아사드 정권은 부친인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 때부터 50년 넘게 독재해온 세습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아사드 대통령은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내전이 벌어지자 화학무기까지 써가며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며 철권통치를 이어갔다.
국제사회에서 최악의 학살자, 전쟁 범죄자로 거론되는 그는 '중동의 불사조' 가운데 하나다.
시위대의 공세 강화에 한때 실각 위기까지 내몰렸지만, 무자비한 탄압을 통해 권력을 유지했다.
시민들과의 충돌이 내전으로 번진 뒤 패전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러시아의 개입으로 전세 역전에 성공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2016년 알레포를 비롯한 반군 점령지역을 속속 되찾으며 승기를 잡았다.
그는 반군이 2012년부터 점령했던 상징적 도시 알레포를 되찾아올 때는 이를 전쟁의 전환점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외세의 개입 이후 사실상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시리아 내전은 반군의 반격에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정부군의 우군 역할을 해온 러시아와 이란이 각기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으로 시선이 분산돼 있다는 점은 아사드 정권의 위기를 심화하는 요소다.
아사드 정권은 이란과 러시아의 군사적, 정치적 지원에 크게 의존해왔다.
이란은 대리세력으로 삼는 중동 내 '저항의 축' 일원인 시리아 정부군에 군사자산을 제공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 폭격기 공습 등 직접 화력을 보탰을 뿐만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아사드 대통령을 향한 제재를 번번이 차단했다.
이번에 반군이 시리아 정권을 비호해온 세력들이 전쟁에 따른 대내외적 압박으로 여력이 소진된 상황을 노려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싱크탱크 근동정책 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앤드루 태블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지각변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동 강국, 글로벌 강국이 10년 넘게 시리아에 개입해오다가 지금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레바논에서 전쟁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알레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레포 탈환을 주도한 반군은 과거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됐다 관계를 정리한 무장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와 이란의 이익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HTS의 이번 공세에 거리를 두고 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아사드 정권이 러시아, 이란에 의존하다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미국은 지정된 테러단체인 HTS가 주도한 이번 공격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아사드 대통령은 일단 반군을 '테러리스트'로 표현하며 이들의 공격을 격퇴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AFP,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이라크 총리 등과 통화해 시리아의 현재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통화에서 "시리아는 동맹과 우방의 도움으로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그들을 물리치고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시리아 지원에 나섰다.
영국에 본부를 둔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 전투기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알레포에 공습을 가했고, 러시아 국방부도 반군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8년 만에 다시 반군을 맞은 알레포 주민들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일부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반군을 환영했고, 정부군의 점령에 도시를 떠났던 일부 주민들도 돌아오고 있지만 반군의 점령이 가져올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군과 러시아군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의 대립 격화로 폭격이 일상이었던 과거로 돌아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내전 발발 전 알레포는 300만여명이 거주하는 시리아의 상업 중심지였지만 반군과 정부군이 도시 장악을 위해 싸우는 동안 많은 지역이 파괴된 바 있다.
반군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며 30일 오후 5시부터 24시간 통금령을 내리기도 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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