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오너家 3·4세들 전면 배치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최근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재벌 대기업 인사에서 오너가(家) 3·4세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에 해당한다.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면 배치된 '영(Young) 리더'들은 경영 대권을 물려받기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 이들은 이제 부모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경영 능력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 최대 과제는 미래 먹거리 육성과 신(新)성장 동력 발굴이다.
최근 HD현대 사장단 인사에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1982년생 정기선 부회장이 부회장 승진 1년 만에 수석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LG그룹에서 2021년 계열 분리된 LX그룹에서는 구본준 회장의 장남인 1987년생 구형모 LX MDI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고(故) 구자명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인 1977년생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가 부회장에 선임됐다.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1982년생 구동휘 LS MnM 대표이사는 최고경영자(CEO)로 한 계단 올라섰다.
삼양홀딩스에선 김윤 회장의 장남인 1983년생 김건호 사장이 화학2그룹 부문장을 맡았다. 농심에선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1993년생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상무)이 전무로 승진했다. 특히 향후 롯데그룹 인사에서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의 승진 여부가 관심이다. 그는 지난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한일 롯데 경영승계의 초석을 다졌다. GS리테일에선 GS 오너가 4세인 1977년생 허서홍 경영전략 서비스유닛장(부사장)이 대표로 승진할 예정이다.
오너가 자제들의 고속 승진과 신사업 전담은 경영 세습을 위한 전형적인 수순이다. 오너 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 중 어느 게 바람직하냐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에서 경영권 승계자의 자격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경영 능력을 본격적으로 검증받기도 전에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한동안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이들 오너가 3·4세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파로서 경영 수업을 받으며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축돼있다는 게 장점이다. 게다가 인공지능(AI)·로봇·신소재 등 첨단 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적응력이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들이 그룹 내 신사업을 총괄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쨌든 이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 자신의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 무능한 경영인은 자신뿐 아니라 투자자와 근로자, 공급망·유통망 등 이해 관계자 모두에게 치명적 '독'(毒)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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