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투입설 마리우폴은 '푸틴 자존심' 크림반도 잇는 요충지
러 '돈바스 공략' 핵심 교두보…트럼프 취임 앞두고 공세 강화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북한군 일부가 러시아 본토를 넘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모습을 드러낸 정황이 포착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승패가 달린 요충지로도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CNN 방송은 우크라이나 안보 소식통을 인용, 최근 북한군 '기술 자문'들이 앞서 러시아가 점령한 흑해 연안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나타났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간 북한군은 러시아 서부 맨끝인 쿠르스크주 일대에 주로 배치돼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본토 탈환전'에 투입되는 것으로 관측됐다.
쿠르스크는 우크라군이 지난 8월 국경을 넘어가 곳곳을 기습 점령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허를 찌르며 굴욕을 안긴 곳이다.
이번에 새롭게 북한군 모습이 포착된 마리우폴은 러시아 국경 밖 우크라이나 영토로, 앞서 러시아가 3개월에 걸쳐 피비린내 나는 파상공세 끝에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을 꺾고 점령한 동부 돈바스 요충지다.
이후부터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자존심'인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잇는 길목인 마리우폴을 손에 넣게 됐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면서 흑해 함대 본부와 주요 미사일 발사대 등이 포진해 육해공을 총망라하는 핵심 군사 요충지로 키웠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그간 크림반도 병합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내세웠으며, 여러 핵심 군사 시설을 배치해 군사적 중요성을 부각시켜왔다.
또한 마리우폴에서 북쪽으로는 약 120㎞ 거리에 현재 동부전선 최격전지로 부상한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가 위치해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지역의 완전 해방을 명분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마리우폴까지 북한군이 배치되는 것이라면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2기 집권을 앞두고 러시아가 휴전 압박에 직면하면서 협상 전까지 최대한 영토를 확보해두려 공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푸틴 대통령이 휴전이나 종전 협상에 나서는 건 쿠르스크를 완전히 탈환하는게 '전제 조건'이 될 것으로 관측해 왔다.
내년 1월 20일 공식 취임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우크라 군이 대치하는 '경계선'을 기준으로 전선을 동결하려 한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실제 러시아군은 우크라 동부 전선에 수십만명 규모의 병력을 투입,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군을 인해전술로 제압하는 방식으로 최근 점령지를 빠르게 확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3일 남태평양 피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쿠르스크에 북한군 약 1만명이 배치돼 훈련을 받으며 "러시아군 대형에 통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곧 전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면서 아직은 북한군이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했다는 의미 있는 보고를 접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9일 화상연설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규모가 1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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