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략적 가치 부각해야"…한미 전문가 '트럼프 2기' 조언
샤프 "방위비, 군사뿐 아니라 평화·안보 위해 韓이 하는 일 언급해야"
빅터차 "트럼프, 사업가 때부터 미군철수 언급…北과 모종 거래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2기 트럼프 정부의 내년 1월 출범을 앞두고 한국이 방위비 문제 등 현안에 대응할 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이 갖는 전략적 가치를 부각해야 한다고 한미 양국 전문가들이 22일(현지시간) 조언했다.
이들은 트럼프 2기 정부 역시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 등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기 때 주한미군 감축 내지 철군, 북한과 핵·미사일 실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만을 포함하는 평화 협정 추진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이날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워싱턴 DC에서 개최한 '한국과 미국 : 지정학적 경쟁 강화 속 필수불가결한 파트너십' 주제의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관련한 조언을 묻는 말에 "그것은 (일 대 일의) 거래적 관계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한국이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대해 말하고 싶다면 단지 군사적인 것만이 아니고 평화와 안보를 위해 한국이 하는 일을 부각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한국의 선박 건조 능력, 단일 기지로는 세계 최대의 해외 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등을 거론하면서 "트럼프가 미국 및 세계에서 달성하기를 원하는 것을 이루도록 돕기 위해 한국이 하는 일을 부각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도 SMA와 관련, "돈도 중요하지만, 국제 평화나 안보는 돈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때때로 소탐대실(penny wise result in pound foolish)할 수도 있는데 그런 실수를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슬로건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에 동맹(alliance)을 추가해 'MAAGA'로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전 장관은 공화당의 정강·정책에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없는 것과 관련,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전략적 측면에서 우리는 우리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도 "트럼프 당선인의 관점은 미국 동맹국이 수십년간 시행해온 SMA와 다른 독특한 것"이라면서 "이 콘셉트를 동맹국과의 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할 것이며 한미 관계에 있어서 마찰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맹의 이익은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안보 및 전략적 이익도 고려돼야 한다"면서 "한반도의 군대 주둔으로 미국은 전략적 이득도 얻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오직 경제적 측면에만 집중하는 것은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시점에서 다른 옵션에 대해 말하기는 시기상조지만, 불신이 높아질 경우 다른 옵션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카트린 카츠 코리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지정학적 경쟁을 '팀 스포츠'에 비유하면서 "한쪽 팀은 팀을 강화하고 힘을 보여주고 있는데 우리는 우리 쪽을 약화시켜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을 방위 부담 분담 및 무역 적자 감축 목표와 이른바 제3차 세계대전 예방으로 구분한 뒤 "두 문제는 서로 직접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면서 "첫 번째 목표(부담 분담 등)가 전략적인 목표(3차 세계대전 예방)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에서) 두 가지를 동시에 하려는 시도가 있을 텐데 관건은 동시에 이를 할 수 있느냐다"라고 말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트럼프 2기 정부와 관련, "내 우려는 우리가 상당한 동맹의 전환(transformation)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내가 전환(transform)이란 단어를 쓴 것은 좋은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파괴적(disruptive)"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트럼프 1기 정부 때 미국 동맹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경험했으며 (2기에서도) 특히 한국과 같이 막대한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동맹국에는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주한미군과 관련, "CSIS에서 군 철수 관련한 트럼프의 (과거) 발언을 정리했는데, 트럼프는 사업가일 때 1990년 플레이보이 잡지와 인터뷰에서 한국과 독일에서 미군을 철군하는 것에 대해서 처음 언급했다"면서 "이것은 그의 사고방식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트럼프 당선인)는 항상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단지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반영구적 상태인 (남북간) 정전을 포함해 모든 것을 언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핵 문제와 관련, "모든 우려 사항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이슈에 대한 그(트럼프 당선인)의 우려만 해소하는 모종의 거래를 북한과 하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한 뒤 "만약 트럼프가 미군을 철군하거나 감축한다면 그것은 미국의 핵무기에 대한 국가적 논의 관점에서 무엇을 의미하느냐", "만약 트럼프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더 안 하는 것만 주로 담은 평화 협정을 모색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질문을 생각해볼 문제로 제시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는 북핵 문제와 관련,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보지 않으며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그와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면서 "김정은과 외교 및 협상을 시간은 끝났으며 북한으로부터의 분명한 위협을 인식하고 무장해야 할 때"고 말했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축사에서 "예상되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동맹은 강력하게 유지되고 번영할 것임이 분명하다"면서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어느 때보다 동맹이 필요하다. 세계는 많은 지역에서 혼란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국방의 핵심은 항상 '힘을 통한 평화'였다"면서 "이것이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8%의 견고한 국방비 지출을 유지하는 이유이다. 미국 동맹국 중 이스라엘, 그리스, 폴란드만 GDP 대비 국방비가 한국보다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이 승자가 됐다고 언급한 뒤 "정책에 대한 첫인상이 항상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2기 정부와 관련, "첫인상이 어떻든 간에, 상황에 적응하고 성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우리에게 달렸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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