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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워엘리트] 베센트-러트닉 '경제 투톱', 관세전쟁 밀어붙이기? 템포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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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워엘리트] 베센트-러트닉 '경제 투톱', 관세전쟁 밀어붙이기? 템포 조절?
재무·상무장관 지명자로서 관세확대정책 등 트럼프의 경제 어젠다 이행 주도
베센트, 관세에 '점진적 접근' 주장…인플레 잡기 위해 관세 속도 조절 조언할까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경제 정책 중 국제사회가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것은 '관세정책'일 것이다.
관세를 앞세워 무역에서의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할 '키맨'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상무장관으로 지명된 하워드 러트닉(63)과 22일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62)다.
월가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CEO)이자, 트럼프 당선인의 거액 선거자금 후원자였던 러트닉은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한 데서 보듯 트럼프 당선인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선거운동 기간 관세 확대 공약을 적극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로서 경제 사령탑 격인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베센트는 정부 보조금 철회와 규제 완화, 에너지 생산량 확충을 촉구하는 동시에 러트닉과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관세 확대 정책을 기본적으로 옹호했다.
관세 강화를 통해 외국 물품의 미국 수입 장벽을 높이고, 국내외 기업들의 미국내 제조업 기반 재건을 유도하면, 그것은 트럼프 당선인의 경합주 승리에 큰 힘을 실은 미국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오대호 연안 공업지대) 노동자 계층이 크게 반길 일이 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공약에 충실하면서, 20세기 후반부터 진행된 세계화 물결에 희생된 러스트벨트의 백인 노동자들을 트럼프 세력의 영구적 지지 기반으로 만드는 정치적 목표가 '관세'에 내포돼 있는데, 그 중책을 러트닉과 베센트가 맡게 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상무부 장관 지명 성명에서 러트닉에 대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맡으면서 관세 및 무역 의제를 이끈다"고 밝힌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USTR은 한국의 통상교섭본부와 유사한 성격이나 정부 직제상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국제 통상 교섭, 무역 정책의 수립과 집행, 불공정 무역 조사와 대응 등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그리고 상무부는 산업 보안과 무역 관리를 맡아 국내 산업계를 보호하고 진흥하는 부처다. 한국은 그 두 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로 통합되어 있지만 미국은 USTR과 상무부로 구분돼 있다.
러트닉을 상무장관으로 지명하면서 'USTR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맡겼다는 의미가 USTR에 대한 실질적 지휘 권한 부여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USTR 대표 인선 등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무역 협상과 국내 산업 보호를 총괄하면서 관세 정책의 '차르'(총괄 책임자) 역할을 맡을 것은 유력해 보인다.
관심은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 주도의 관세 드라이브가 내년 1월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어느 정도 강도와 속도로 전개될 것인지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확대 정책은 모든 외국산 물품에 적용하는 10∼20%의 보편 관세와 중국산에 대한 60% 이상의 특별 고율 관세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대중국 고율 관세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재집권 시 중국에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할지에 대해 질문받자 "우리는 그것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재집권시 대중국 관세율 60% 일괄 적용을 검토 중이라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관해 확인을 요구받자 그는 "아니다. 아마도 그 이상일 수 있다고 말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 중국과 이른바 '무역전쟁'을 벌이며 2018년과 2019년 중국산 제품에 수십억 달러(수조 원) 규모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는데, 재집권 시 1기 때보다 더 강력한 대중국 관세 카드를 뽑아 들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그뿐 아니라 트럼프 당선인은 멕시코를 통한 중국의 우회적 대미 수출도 '손'을 보겠다고 했다.
그는 선거 유세 때 중국이 자동차를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하기 위해 멕시코에 대규모 자동차 공장을 짓고 있다면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자동차에 100∼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집권 1기 때 쓰지 않았던 카드인 '대중국 최혜국 대우 폐지'에도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가 대중국 60% 이상 관세율 적용과 보편적 관세 도입 등을 임기 시작과 동시에 추진할 경우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처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연결된 나라에까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 관세'가 도입될 경우 협정 위반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그 가능성에 대비해 유사시 미국과 FTA를 체결한 다른 나라들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와 전 세계 대상 보편 관세가 국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다 더 시급한 공약과 상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선전에는 대중국 디커플링(decoupling·무역과 공급망에서 특정국을 분리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캠프의 기조였다.
하지만 아직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대체 공급처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국 관세를 대폭 확대할 경우 해당 품목의 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인플레이션 상황을 더 악화하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선거운동 막판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관세율을 거론하기보다는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에 상호주의적으로 '관세 맞불'을 놓겠다는 식으로 공약했다.
따라서 10∼20%의 보편 관세, 대중국 60% 관세 등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연결되기 쉬운 무차별적 관세를 정권 출범 직후 빼들기보다는 트럼프가 자주 문제를 제기해온 유럽산 자동차 등 특정 타깃에 '외과 수술식'으로 관세 카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관세 드라이브를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러트닉을 국내 산업 보호를 담당하는 상무부 장관으로 지명하는 동시에 그에게 무역 협상과 관세 업무도 이끌도록 한 것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러트닉이 자동차와 같이 미국이 유럽 또는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품목과 산업을 중심으로 선별적 관세 드라이브를 추진하는 것으로 비교적 부드러운 출발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이유다.
또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도 경제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입장에서 관세와 물가 및 주식시장 사이의 '균형 잡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베센트 지명자는 대선 직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관세를 점진적으로 쌓아 올리는 방안을 제언할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피하길 원하는 것이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니스트 히더 롱은 헤지펀드 출신인 베센트 발탁이 관세 확대를 적극 지지하는 트럼프 추종 세력과 '자본'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롱은 그러면서 베센트가 트럼프 1기 때 재무장관을 맡았던 스티브 므누신처럼 공개적으로는 트럼프의 의제를 지지하되,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을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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