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351조 부담", "더 내야" 유엔기후총회 끝까지 진통
공식 폐막일 합의문 초안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 '입장 차'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공식 폐막일인 22일(현지시간)까지도 핵심 의제인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COP29 의장단은 이날 2035년까지 연간 1조3천억달러(약 1천826조원)의 기후재원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중 2천500억달러(약 351조원)를 선진국의 공여 목표로 정한 새로운 합의문 초안을 공개했다.
나머지 재원은 민간 자본의 유치, 국제 금융기관의 기여, 주요 신흥국의 기여를 통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새 합의문 초안에서 선진국이 부담해야 하는 2천500억달러는 기존의 1천억달러(약 140조원)에 비해 2.5배로 인상된 금액이지만 개발도상국들은 기후변화에 역사적 책임이 큰 선진국의 부담 비중이 지나치게 적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아프리카 그룹 협상단 대표인 알리 모하메드는 "용납할 수 없고 파리협정을 이행하는 데에도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파리협정은 2015년 국제사회가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할 것을 약속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가리킨다.
파나마 특별대표인 후안 카를로스 몬테레이 고메스는 "너무 화가 난다. 말도 안 된다"며 "선진국은 지구가 불타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진국도 불만이다.
한 유럽 대표는 로이터 통신에 "금액이 지나치게 높고, (기여국 범위를 늘리는) 내용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아무도 그 금액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진국은 자신들이 재원을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중국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나라와 산유국, 그리고 신흥경제국들이 기후재원을 함께 부담할 것을 요구해왔다.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활동 등을 돕기 위한 NCQG의 구체적 규모와 조달 방법, 기여국 범위를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이견과 갈등은 COP29 개막 이전부터 예견됐다.
개막 이후에도 협상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전날에는 기후재원 규모를 공란으로 비워둔 합의문 초안이 공개되기도 했다.
지원금 중 상당 부분이 대출 형태로 제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불만을 일으켰다. 개도국은 기후 위기로 이미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만큼 추가적인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공공에서만 최소 9천억달러(약 1천266조원)가 조달돼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COP29는 이날 공식 폐막할 예정이지만 이번 COP29의 목표라고도 할 수 있는 NCQG를 둘러싸고 이처럼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예년처럼 공식 일정을 넘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28차 총회는 하루를 넘겨서, 2022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27차 총회는 이틀을 넘겨 폐막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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