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날아온 카타르 장관, 가스공사 만나 '중요한 고객' 치켜세운 이유는
정부, 트럼프 복귀에 美가스·원유 구매 확대 검토…중동산 일부 미국산 전환 관측
에너지 수입 다변화가 협상력 높이나…한, 카타르에 '제3국 판매금지' 완화 요구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정부가 미국발 통상 압력 대응 차원에서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를 검토 중인 가운데 이런 노력이 오히려 한국의 에너지 도입 협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국의 에너지 도입 선택지가 미국 등으로 넓어지면 중동 지역 대상 협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23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 담당 국무장관은 지난 4일께 방한해 자국의 '큰손' 고객인 한국가스공사의 최연혜 사장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알 카비 장관은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기업으로 꼽히는 카타르에너지의 최고경영자(CEO)를 겸한다.
작년 한 해 한국은 LNG를 360억달러(약 50조원)어치 수입했다.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LNG 3위 수입국인 한국은 국제 시장에서 카타르 등 수출국들에 중요한 고객이다.
카타르에너지는 자사 홈페이지에 알 카비 CEO와 최 사장과 회동 소식을 올리면서 "한국가스공사는 카타르에너지의 '중요한 고객'(important buyer)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가스공사는 올해 카타르에너지와 연간 492만t 가스 도입 계약을, 2026년에는 연간 210만t 가스 도입 계약을 각각 마친다.
전체적으로 보면 1990년대부터 이어온 카타르·오만과의 장기 계약을 끝내고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국면이다.
이에 가스공사는 2028년 이후 도입 물량과 관련한 추가 장기계약 입찰을 진행 중으로 여기에는 카타르, 미국 기업들이 모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스전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서 생산량을 늘려가는 카타르 입장에서는 가스공사를 계속 고객으로 확보해둬야 할 필요성이 크다.
세계 4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2030년까지 연간 LNG 생산량을 현재보다 85% 많은 1억4천200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반대로 미국산 등으로 선택지가 넓어진 가스공사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할 여지가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카타르가 '도착지 제한 규정'을 완화하고자 하는 한국의 요구를 부분적으로라도 수용할 것인지에 주목한다.
도착지 제한 규정은 한국이 장기 계약으로 카타르에서 도입한 가스를 제3국에 내다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카타르가 자국과 국제 시장에서 판매 경쟁을 벌이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하지 않게 하려고 넣은 조항이다.
반면 한국은 내부 수급 불일치 때 남는 가스를 외부에 처분할 수 있기를 희망해왔지만 카타르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와 협상에서 도착지 제한 규정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인수 조건의 유연성을 포함한 부분이 가스공사의 도입 협상에 고려사항이 된다"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타르에너지와 가스공사 간 협상에서 도착지 제한 규정에 관한 내용도 든 것으로 안다"며 "미국산이라는 다른 선택지가 있는 가스공사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를 거치며 한국의 미국산 원유와 가스 수입 비중은 2016년 0.2%, 0.1%에서 2023년 13.5%, 11.6%로 늘었다.
작년 기준으로 미국은 우리나라의 2위 원유 도입국이자 4위 가스 도입국이다.
현재 정부는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핵심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 확정 이후 민·관 차원에서 미국산 가스와 원유 수입을 확대함으로써 대미 무역 수지를 관리할 구체적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에너지 도입선 다변화 차원에서 미국 시장을 유용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한국은 중동산 도입 물량 중 일부를 미국산으로 돌리는 수준에서 큰 추가 경제 부담 없이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도모할 수 있다.
나아가 안보 우려가 커진 중동산 의존도를 낮춰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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