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비트코인, 美대선후 7만→10만불 눈앞…'트럼프 효과'
1월 현물 ETF 상장 이어 트럼프 2기 규제 완화 기대감 '껑충'
'5년간 100만개 매입' 준비자산 지정 기대…"50만달러 이상 간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 '10만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은 9만9천달러를 돌파했다.
2017년 11월 사상 처음 1만 달러를 돌파하며 상승 곡선을 그려온 이후 7년 만에 자릿수를 늘리며 '10만 달러 시대'에 돌입할 태세다.
지난 1월 미 당국의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7만3천800달러까지 급등하며 2021년 11월 최고가를 2년 4개월 만에 경신한 비트코인은 당시만 해도 10만 달러는 멀게만 느껴졌다.
지난 4월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전후로 기대됐던 급등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후 이렇다 할 모멘텀이 없었다.
이에 7만 달러를 넘었던 가격도 8월에는 5만 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 10만 달러에 불을 댕긴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
미 대선일이던 지난 5일 오전 7만 달러 아래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10만 달러선을 기준으로 16일간 약 45% 급등했다. '트럼프 효과'인 셈이다.
1기 행정부 시절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당선인의 가상화폐에 대한 시각은 이번에는 확 바뀌었다.
현 정부의 규제 강화에 불만을 드러냈던 가상화폐 업계는 이번 대선에서 막대한 선거 자금 기부로 트럼프에 '올인'했고, 그는 그런 업계를 적극 끌어안았다.
대선 기간인 지난 7월 가상화폐 연례 최대 행사인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미 대통령 후보로 처음 참석하며 업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지구의 가상화폐 수도이자 세계의 비트코인 슈퍼파워"가 되도록 하겠다면서 가상화폐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친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는 가상자산을 규제하려고 한 개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장을 해고하고 가상화폐 관련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면서 "절대 비트코인을 팔지 말라"며 "이것은 사실상 미국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량(strategic national bitcoin stockpile)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당선 후 이런 기대감에 비트코인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10일에는 사상 첫 8만 달러를 넘었고, 이틀 만인 12일에는 9만 달러도 돌파했다.
가상화폐 기업 수장들은 친 가상화폐 인물 등용 등 업계 요구 관철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인수팀과 접촉했고, 실제 전진 배치됐다.
가상화폐에 친화적인 억만장자 금융 자산가인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최고경영자(CEO)를 상무장관으로 지명했고, 가상화폐 도지코인을 띄우는 일론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내정했다.
가상화폐 규제를 담당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도 친 가상화폐 인물이 중용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 역대 처음 가상화폐 정책만을 전담하는 새로운 백악관 자리 신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전날 블룸버그 통신의 이같은 보도 이후 9만4천달러대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은 9만7천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비트코인이 국가 준비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가격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준비자산이란 각 나라의 중앙은행이 대외 결제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자산으로 달러 같은 기축통화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금이 그 역할을 한다.
공화당 신시아 루미스 의원은 미 연방준비제도가 5년에 걸쳐 매년 20만개씩 비트코인 100만개를 매입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는 비트코인 전체 공급량 2천100만개의 4.8%에 해당한다.
미국은 이미 20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법안은 미국이 최소 20년 동안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저장하면 세계 다른 국가들도 이를 준비자산으로 매입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총량이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이 '희소성'에 따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다.
준비 자산이 아니더라도 원유나 희토류처럼 '전략비축' 품목으로 지정해 사들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향후 전망도 상향되고 있다.
가상자산 운용사 갤럭시 디지털의 창립자 마이클 노보그라츠는 "가능성은 낮지만 전략적 준비 자산이 되면 가격은 50만 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며 "다른 모든 국가도 비트코인을 채택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격의 5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투자회사 ARK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는 2030년까지 비트코인이 최대 150만 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친가상화폐 정책과 규제 완화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ETF로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지난 4월 반감기가 아직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추가 상승을 예고하며 2030년까지 기본 가격 목표를 65만 달러,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100만 달러∼150만 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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