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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이건희와 삼성의 위기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요즘 틱톡이나 쇼츠 등 쇼트폼(Short Form)에서는 뜬금없이 고(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소환되고 있다. 쇼트 영상들은 '소름 돋는 이건희 예언', '이건희 어록', '가족 빼고 다 바꿔' 등의 제목으로 퍼지고 있다. 이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 제작된 영상을 재편집한 것으로, 알고리즘을 타고 전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최근 삼성전자 주가 급락과 맞물려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전 회장은 1993년 3월부터 10차례 이상 해외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대대적인 혁신을 강조하며 '삼성 신(新)경영'을 선포했다. 그는 "제도나 관행에 구애받지 말라. 회장의 눈치도 보지 말고 소신껏 하라. 회장인 나부터 바뀌겠다.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꿔라"고 일갈했다. "뒷다리 잡는 사람은 되지 말라"는 날선 경고도 했다. 그의 신경영 선언을 시작으로 삼성은 쉼 없는 개혁에 나섰다. 그 결과, 1992년 당시 2천300억원인 세전 이익이 10년이 지난 2003년에는 15조원으로 66배 증가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에 밀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5만원 밑으로 하락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7월 최고점인 8만8천800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주가는 4만9천900원을 기록하며 고점 대비 43.8%나 떨어졌다. 2020년 6월 이후 4년5개월 만에 '4만 전자'로 주저앉은 것이다. 530조원에 육박하던 시가총액은 4개월 만에 230조원 증발해 300조원 밑으로 쪼그라들었다. 15일 외국인 매수세 회복으로 7.21% 반등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이에 회사 측은 1년간 총 10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임원들도 올들어 160억원어치에 가까운 자사주를 사들였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지난 달 3분기(7∼9월) 실적 부진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지연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전영현 반도체(DS)부문장 이름으로 낸 메시지에서 스스로 '위기'를 언급하며 그 원인으로 '근원적 경쟁력'을 지목했다. 이들 들어 급격한 하락폭은 '트럼프 스톰' 불확실성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예전의 삼성전자가 아니다. 반도체 부문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론'이 떠돈다. 아닌게 아니라 삼성전자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뺏긴 상태고,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대만 TSMC와의 격차가 50% 이상 벌어졌다. 절대 강자였던 D램과 낸드 분야에서도 2위권과 초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리더십과 결단력을 보여야 할 시점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제2의 '삼성 신경영' 선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jongw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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