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고 자폐증"…美보건장관 지명자 '돌팔이 주장들' 시험대
"생유·줄기세포 효험, 항우울제 탓 총질, 물이 성정체성 바꿔"
근거없는 처방·음모론 운운…전문가, 공중보건 위협할라 경악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공중보건과 관련해 각종 음모론을 펼쳐 온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 2기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그의 문제적 발언들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케네디의 10가지 음모론과 거짓 주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간 의료계를 경악시킨 케네디 주니어의 음모론을 소개하고, 진위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실었다.
◇ "백신이 자폐증 유발"…전문가, 의도적 허위정보로 간주
WP에 따르면 케네디 주니어는 반(反)백신 단체를 설립한 후 '자폐증이 백신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을 오랫동안 펼쳐왔다. 백신에 방부제로 사용되는 화합물인 티메로살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면서 아동의 백신 접종 횟수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2015년에는 백신 접종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와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신을 맞으면 그날 밤 103도의 열이 나고, 잠에 들고, 3개월 후에는 뇌가 사라진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의학연구소(Institute of Medicine)는 2004년 보고서에서 자폐증과 백신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결론지었고, 권위있는 의학저널에 발표된 수십건의 논문도 홍역·풍진·볼거리(MMR) 백신이 아동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개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소아과학회 등의 많은 백신 전문가가 케네디 주니어의 주장을 논박했다.
하지만 미국 내 백신에 대한 신뢰는 추락한 상태여서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년간 백신 반대 운동을 해 온 케네디 주니어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치명적인 백신'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2021년 루이지애나주가 학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려 주 하원 청문회에 나와 이런 주장을 펼쳤고, 작년 WP의 관련 질의에도 해당 입장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당시 루이지내아주 보건 책임자 조셉 켄터는 해당 발언이 "의도적인 건강 허위정보 유포"라고 비판했다.
◇ 생유·줄기세포 치료법 홍보…전문가 "위험하고 입증되지 않아"
케네디 주니어는 생유(生乳)와 줄기세포 등 논란이 지속 중이거나 효과가 없다고 입증된 치료법도 홍보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과 CDC는 살모넬라균과 대장균, 리스테리아균과 같은 위험한 세균이 있을 수 있는 생유를 먹지 말라고 강하게 권고한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인 H5N1에서 감염된 소에서 나온 생유에는 H5N1 바이러스가 들어있을 수도 있다.
줄기세포는 미래의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입증된 치료법이 많지 않은 상태다.
의료계에서는 케네디 주니어가 무허가 줄기세포 치료법을 홍보하는 병원들과 한 패가 돼 FDA의 감독을 무력화하고 임상시험 준비가 되지 않은 치료법을 허용하도록 압력을 넣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케네디 주니어는 올해 8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농무부, FDA는 자신이 규제해야 할 산업에 장악당했고, 그들은 모두 보조금과 미국 국민을 대량 중독시키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직원들이 고의로 국민에게 해를 끼친다는 주장 역시 논란을 낳았다.
◇ "물 속 화학물질이 성정체성 변화"…전문가, 캐캐묵은 음모론 일축
케네디 주니어는 올해 1월 터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년들이 저지른 대규모 총격 사건이 항우울제와 비디오게임으로 촉발됐다는 주장도 펼쳤다.
항우울제가 대규모 총격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은 극우 인사들이 주로 펼쳐왔는데, 전문가들은 두 가지를 연결할 신뢰할만한 연구가 없다고 강조한다.
케네디 주니어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에 의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했다.
HIV와 에이즈의 연관성에 대한 발견은 2008년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진 과학적 업적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물에 든 화학물질이 어린이의 성 정체성을 변화시키고 있다고도 거듭해 주장했다. 요즘 아이들은 과거와 달리 성적 혼란을 많이 겪는데 이것이 내분비 교란 물질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웨인주립대 교수인 데이비드 고르스키는 "그 주장은 호르몬이 우리 아이들을 게이나 성전환자로 만들 것이라는 두려움에 기댄 것으로, 아주 오래된 음모론"이라고 비판했다.
◇ "동물 구충제로 코로나19 퇴치"…FDA '효과 없다' 이미 결론
케네디 주니어는 동물용 구충제 이버멕틴과 말라리아약 클로로퀸의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사용했다면 코로나19 사망자가 적었을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내놨다.
두 약은 코로나19에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이미 나왔다.
FDA는 이버멕틴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한 바 없고,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긴급 사용 허가를 냈지만 3개월도 지나지 않아 "효과가 없을 것 같다"며 허가를 철회한 바 있다.
케네디 주니어는 작년 7월 언론 인터뷰에서는 "코로나19는 백인과 흑인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가장 면역이 강한 사람은 아시케나지 유대인과 중국인"이라며 코로나19가 인종을 표적으로 퍼졌다고 말해, 인종차별적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그는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가 "우리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행동을 통제" 하는데 사용되고 있으며, 건강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근거 없는 음모론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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