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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97%' PF 구조로 위기 반복…저자본·고보증 구조 뜯어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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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97%' PF 구조로 위기 반복…저자본·고보증 구조 뜯어고친다
한국경제 '뇌관'으로 부각…시행사 자기자본 20% 수준으로 상향
자기자본 낮으면 충당금 더 쌓아야…일각선 '공급난'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채새롬 기자 = 정부가 14일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 개선방안' 핵심은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저자본·고보증' PF 사업 구조는 사업 여건이 악화할 경우 '시행사→건설사→금융사'로 부실이 전이되며 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시행사에 PF 대출을 내줄 경우 금융회사에 더 많은 자본금 및 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방안, 토지주의 현물 출자(주주로 참여)를 통해 사업 초기 고금리 대출(브릿지론)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 등이 주요 대책으로 담겼다.
◇ 시행사 사업비 3%만 쥐고 대규모 개발…경제 최대 리스크로
정부는 사업 시행자가 매우 낮은 수준의 자기자본만 확보해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구조가 반복적인 'PF발 위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국내에서는 사업 주체인 시행사가 총사업비의 3~5%에 불과한 자본만 투입하고 나머지 95~97%는 금융사 대출 등을 통해 PF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사들은 저자본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해 사업성을 평가하기보다는 건설사·신탁사 보증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영세한 시공사가 난립하고, '묻지마'식 투자가 성행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시행사가 30∼40%의 자기자본으로 토지를 매입한 후 건설단계에서 PF 대출을 받는다.
저자본·고보증 구조는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금리 인상·경기 악화로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 시행사뿐만 아니라 건설사, 금융사 등으로 부실이 전이될 수 있다.
부동산 PF는 최악의 경우 시스템 리스크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한국경제 최대 뇌관으로 부상했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작년 새마을금고 뱅크런 위기, 올해 1월 태영건설[009410]의 워크아웃까지 PF발 위기가 계속되면서 정부도 PF 시장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대수술에 나서게 됐다.
◇ 토지 주인이 주주로 참여·PF대출 위험가중치 차등화
이 때문에 제도 개선 핵심은 낮은 자본으로 고수익을 노려온 시행사 자기자본을 강화하는 데 맞춰졌다.
우선 PF 사업의 자본 확충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 및 역(逆)인센티브가 제시됐다.
시행사 자기자본비율에 따라 대출 금융기관의 PF 대출 위험가중치 및 충당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PF 사업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금융회사가 PF 대출에 적립해야 하는 자본금과 충당금 비율을 높게, 자기자본비율이 높을수록 자본금 및 충당금 비율을 낮게 적용하는 것이다.
강영수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은행의 경우 (PF 대출 관련) 위험가중치가 150%라 100억원을 대출한다고 가정 시 위험가중자산은 150억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시행사 자기자본비율이 20%보다 낮을 경우 위험가중자산으로 150억보다 더 인식해야 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자본비율이 높아 보증 리스크가 적은 사업장에는 PF 보증료를 할인해주는 방안 등도 시행사의 자본 확충을 지원하는 '당근'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PF 시장에 안정적인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한다.
토지주가 직접 사업에 현물 출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PF 사업 구조를 안정화하는 차원에서다.
PF 사업 토지비 비중은 통상 사업비의 20~40%에 달하는데, 연 10% 이상의 브릿지론을 받아 토지를 매입할 경우 사업 시작부터 여러 대외 변수에 노출되게 된다.
반면 토지주가 현물출자로 참여할 경우 시행사는 고금리 대출을 받아 토지를 매입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기관투자자가 토지신탁 사업에 일정 부분(사업비의 15%)까지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은행·보험사의 장기임대주택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신탁사의 책임준공 의무와 관련해 책임 범위와 기준을 표준화하는 방안은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 시행사 줄도산 우려…정부 "유예기간 부여·단계적 적용"
업계에서는 제도 개선 방향성에 동의하면서도 규모가 영세한 업체가 많은 시행 업계를 보호할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동산개발업법'에 따른 개발업체는 2천400곳인데, 연 매출 100억원 이하가 95%에 달한다.
안그래도 부실 PF 사업장 정리 등으로 잔뜩 얼어붙은 PF 시장에 자기자본비율 강화 방안들까지 시행되면 시행사 줄도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PF 사업이 극단적으로 축소될 경우 주택 공급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이 때문에 충분한 유예 기간 부여 및 단계적 적용을 강조하고 있다.
PF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조치들이 시행되더라도 시행 이전 PF 대출 건에 소급 적용도 없다고 못 박았다.
강영수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규제로 인해 자금 공급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금 조달 '미스매치' 개선 등 추가 보완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3~4년이 소요되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자금조달을 만기 3~6개월의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조달하는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개발사업의 자금조달을 장기화하는 조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srch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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