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이란 영사관 앞 '속옷 시위' 여대생 벽화 등장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의 이란 영사관 인근에 며칠 전 이란의 한 대학에서 '속옷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이란 여대생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가 등장했다.
12일(현지시간) 밀라노투데이에 따르면 이 벽화는 이탈리아의 팝아티스트 알렉산드로 팔롬보가 지난 10일 공개한 작품이다. 팔롬보는 이 여대생의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이란 영사관 인근 건물 외벽에 이 그림을 그렸다.
벽화에서 여성은 이란 국기가 그려진 속옷 상의와 영어로 '자유'(freedom)라는 단어가 적힌 빨간색 속옷 하의를 입었다.
팔롬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녀의 몸짓은 심오하고, 그녀의 희생은 파괴적"이라며 "그녀는 자기 몸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이란 여성들의 자유와 용기의 외침을 이어가도록 우리를 초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범이 되지 않도록, 무관심하지 않도록 외면하지 말고 함께 싸워달라는 경고"라고 덧붙였다.
팔롬보는 풍자적인 표현 기법을 통해 사회·문화 현상을 날카롭게 꼬집는 예술가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슬람아자드대학교 이과대학 캠퍼스 내에서 한 여대생이 속옷 차림으로 교내를 돌아다니다 체포되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유포돼 전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이 여대생은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지도순찰대)에게 폭행당하자 학교 안에서 이뤄진 히잡 착용 단속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속옷만 입고 교내를 걸어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단속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도덕경찰의 폭행은 없었다며 오히려 학생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신체 노출을 엄격하게 단속하는 이란에서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속옷 차림으로 사회·종교적 금기에 저항하는 모습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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