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폭등한 '도지코인'을 머스크가 만들었다?
도지코인, 마커스ㆍ팔머가 개발하고 머스크가 띄워
트럼프에 올인한 머스크 덕분에 도지코인 폭등
도지코인 투자 주의 필요…"가격 급변동 고려해야"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최대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밀고 있는 도지코인(dogecoin)이 최근 폭등해 가상화폐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도지코인이 갑자기 급등하자 "'도지코인 아버지(dogefather)'로 불리는 머스크가 만든 코인이냐?", "머스크가 도지코인 사업자냐" 등 머스크와 도지코인의 관계를 둘러싼 각종 관련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과연 머스크가 도지코인 창시자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지코인 개발자는 따로 있으며 머스크는 도지코인을 전 세계에 알리고 띄운 인물로 보는 게 맞다.
◇ 도지코인은 마커스ㆍ팔머가 2013년 만든 코인
위키백과 등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도지코인은 머스크가 만든 게 아니라는 게 명백히 나와 있다.
도지코인은 2013년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IBM 출신 빌리 마커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잭슨 팔머가 재미 삼아 만든 가상화폐다.
이들은 당시 인터넷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인기를 끈 일본 시바견을 마스코트로 삼고 이름도 시바견 밈을 뜻하는 '도지'를 따와 '도지코인'이라고 했다.
밈 코인이란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되는 사진이나 영상을 기반으로 만든 가상화폐로 도지코인, 시바이누, 페페코인, 플로키 등이 대표적이다.
도지코인은 인터넷 밈을 기반으로 한 농담으로 시작돼 비트코인과 같은 다른 가상화폐와 달리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초창기에는 트위터 등 SNS에서 창작자의 기여를 인정하기 위한 팁 지급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현재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업비트, 빗썸 등에 상장돼있으며, 시가총액만 따지면 지난 13일 오전 코인마켓캡 기준 79조여원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솔라나에 이어 5위에 랭크될 정도로 급성장했다.
처음에는 특별한 목적이나 기술력도 없이 재미 위주로 만들어진 가상화폐였지만,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처럼 도지코인 개발자들은 따로 있지만 정작 도지코인을 띄운 건 머스크가 맞다.
머스크는 2021년부터 '도지코인 아버지'를 자처하며 도지코인을 띄웠고, 이후 이 가상화폐는 그의 농담 한마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여러 차례 급등락을 반복했다.
2021년 2월 머스크는 트위터(현재 X)에 도지코인을 "우리 모두의 암호화폐"라고 칭하며 도지코인과 관련한 재밌는 트윗을 자주 올려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자신의 트위터에 도지코인 로고를 달고 있는 로켓 이미지를 올려 도지코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해 2월에는 트위터에 "주요 도지코인 보유자가 대부분의 코인을 팔겠다고 하면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도지코인은 지나친 집중이 유일한 문제이며, 그들이 도지코인을 내놓으면 실제 달러를 지불하겠다"까지 밝히기도 했다.
머스크는 2021년 5월 11일에는 '테슬라가 결제 수단으로 도지코인을 허용하길 원하느냐'고 묻는 투표를 트위터에 올려 도지코인의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2021년 5월 9일에도 자신이 세운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도지-1 달 탐사' 임무 비용을 도지코인으로 지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센서와 카메라, 컴퓨터 시스템 등이 내장된 위성을 팰컨9 로켓에 실어 달에 보내는 것이었다.
2022년 7월에는 머스크가 설립한 지하터널 굴착업체 보링컴퍼니가 라스베이거스 고속 터널에 도지코인 결제 옵션을 도입했다.
2023년 4월에는 트위터 로고가 박혀있는 면허증을 들고 있는 경찰과 도지코인의 대표 이미지인 시바이누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모습을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자 도지코인 가격이 35%나 오르기도 했다.
지난 3월 머스크는 테슬라 베를린 기가팩토리에서 열린 질의응답 세션에서 테슬라 차량에 대한 도지코인 결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언젠가는 우리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머스크는 지난 3일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지원 유세에 나와 도지코인과 영문 약자가 같은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를 거론하며 이 부서를 맡으면 연방 예산을 2조 달러 삭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제안이 발표되자 도지코인 가격이 8.99% 급등했다.
이어 머스크는 지난 13일 자신이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내정됐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명 전문을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이 위원회의 약자인 "DOGE"를 노출해 눈길을 끌었다.
심지어 머스크는 도지코인 시장 조작 혐의로 소송에 휘말렸다가 승소하기도 했다.
이 소송은 2022년 6월 투자자들이 머스크와 테슬라, 스페이스X를 상대로 도지코인 관련 활동으로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제기됐다. 소송에서는 머스크가 도지코인의 CEO가 되겠다고 밝힌 SNS 게시물과 스페이스X가 도지코인을 달에 보낼 것이라는 암시를 한 게시물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지방법원 판사 앨빈 헬러스타인은 "이러한 발언은 목표나 과장에 불과하며 사실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 트럼프에 올인한 머스크 덕분에 도지코인 폭등
머스크와 도지코인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데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트럼프 당선인이다.
최근 도지코인이 폭등하는 가장 큰 이유는 머스크의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올인 전략' 덕분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재임 시절 가상화폐를 '사기'로 규정했지만 대선 후보 기간에는 가상화폐 찬성론자로 방향을 틀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월 세계 최대 가상화폐 연례행사인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미국 정부가 보유하거나 미래에 획득하게 될 비트코인을 100% 전량 보유하는 게 내 행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라며 "이것은 사실상 미국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량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지난 5월 대선 캠프 웹사이트에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기술(암호화폐)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캠프는 대선 기간 코인베이스를 통해 비트코인, 도지코인, 시바이누, 이더리움, 솔라나, 리플, 스테이블코인을 기부까지 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이 가상화폐 지지자들을 등에 업은 가운데 머스크는 이번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만을 공개적으로 일방 지지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머스크는 테슬라 등 자신의 사업 자체가 존폐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점에서 과감히 승부수를 던진 셈이었다.
미 연방 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머스크는 대선 기간에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 진영에 최소 1억3천200만달러(한화 1천800여억원)를 지원했다. 이처럼 트럼프 당선인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 '아메리카 팩'에 자금을 대고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 유세 무대에 섰으며 주요 경합 주에서는 직접 지원 유세를 조직해 열기도 했다.
머스크는 최근 펜실베이니아에서 개최한 지원 유세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선거가 미국의 운명을 결정하고, 서구 문명의 운명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합 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복권에 비유되는 '현금 살포'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머스크는 미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와 2조(총기 소지 권리 보장) 지지 청원 참여자에 대한 보상을 명목으로 하는 무작위 추첨 상금 지급 계획을 발표한 뒤 매일 한 명을 뽑아 100만달러(약 13억9천만원)를 지급하며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지지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런 머스크의 공로를 인정이라도 하듯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6일 대선 승리를 선언하면서 "머스크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자 새로운 스타"라며 자신의 최대 기부자인 머스크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도지코인 투자 주의 필요…"가격 급변동 고려해야"
도지코인이 트럼프 당선과 머스크라는 호재에 올라탔지만, 개인 투자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도지코인의 공급량이 무한하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는 최대 공급량이 정해져 있지만, 도지코인은 매년 새로운 코인이 생성돼 시간이 지나면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도지코인은 이더리움과 달리 스마트 계약 기능이 없어 탈중앙화 금융 등 다양한 블록체인 응용프로그램을 지원하지 못하며, 라이트코인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이후 기술 혁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도지코인이 주로 온라인 팁이나 소액 결제에 사용되며 대규모 상용화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도 한계로 평가된다.
도지코인 거래를 하려면 업비트 등 안전한 국내 대형 거래소를 이용하는 게 좋다. 자칫하다가는 거래소의 해킹 사고나 서비스 중단으로 자산을 잃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개인 지갑에 보관하는 것도 안전한 전략이다.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도지코인처럼 변동이 큰 자산의 경우 자신의 전체 자산 중 일부만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도 현명한 투자법이라고 권하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도지코인이 최근 미 대선의 영향으로 급등하고 있지만 가상화폐의 경우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한다"면서 "도지코인은 특성상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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